입을 옷이 없다
입을 옷이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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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희 (진주 문산초등학교 교사)
12월을 뜨겁게 달구던 대선이 끝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신년에는 또 다른 정부의 탄생으로 희망을 주겠거니 하는 막연한 설렘으로, 그리고 지구 위에서 달력을 사용하는 곳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모임으로 12월의 마지막 주를 바쁘게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 중 중요한 모임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가 신경 쓰인다. 특히 “뭘 입고 가지?” 싶어 옷장 문을 열고 뒤적이고 망설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산업사회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직장을 갖게 되는 비율은 남자에 비해 급격하게 늘었다. 그러다 보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의류업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관련 사업도 호황을 누린 것 같다. 직장생활이나 모임에서의 복장은 단순히 어떤 옷을 입는 행위가 아니라 복장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예우를 나타내고 배려하는 것이기에 분위기와 예절을 안다면 옷장 앞에서 상당히 망설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직장인의 용모, 복장에 관한 연수와 강연 그리고 학원도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다른 이들도 특별한 이견(異見)이 없을 것이다. 나도 28년이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옷장에는 정장을 비롯해 잡다한 옷이 가득하다. 그래도 특별한 모임이나 행사가 있는 날이면 고르고 골라도 ‘입을 옷이 없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여성복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고 아이 둘을 대학 보내는 주부라면 마음 편히 옷 장만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유행따라 사는 것도 제 멋’이라고 유행을 좇는 사람을 비유한 노랫말도 있지만 유행을 통 안 따라 갈 수도 없는 입장인 나는 겨울이 들어설 무렵에 옷장 안의 옷을 한가득 간추려 수선집으로 향했다. “이건 바지통을 줄여 주시고, 이건 허리를 1인치만 늘려 주시고, 이건 소매를 잘라 조끼로 만들어 주시고, 이건 덧단을 대서 기장을 늘려 주시고….” 한참이나 설명을 하는 나를 향해 수선집 사장님이 빙그레 웃었다. 달포를 지난 어제, 수선한 옷들을 찾으러 갔더니 “오늘 수선비 꽤 나왔는데 신문에도 가끔 나고 직장도 탄탄하고 멋쟁이인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알뜰하다니 크리스마스 선물로다가 소매 자른 옷 수선비는 5000원 깎아 드릴게요” 하셨다. 돈 5000원에 이렇게 서로 기분이 좋을 수가.

입을 옷이 없다고 느꼈던 내게 수선한 옷 몇 가지는 드레스 룸을 가진 것보다 더 옷 부자가 된 기분이다. 요즘은 동네 수선가게뿐 아니라 리폼가게도 눈에 띈다. 자주 애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기본상식이지만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예절 중 복장에 관한 예절은 수선집과 리폼가게를 잘 활용한 생활 센스로 유행에 뒤지지도 않고 깔끔한 복장으로 함께하는 이들에게 호감을 자아낼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진주 문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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