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뉘우치며 새로운 365일을
지난해를 뉘우치며 새로운 365일을
  • 경남일보
  • 승인 201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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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지나온 세월은 아픔과 부끄러움마저도 아쉬움과 감미로움으로 바꿔 놓고 아늑한 생각의 베일로 가리어 주기 때문에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추억 속에는 깨우칠 수 없는 소중한 삶의 경륜도 있겠지만 때로는 부끄럽고 후회스럽고 아쉬움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잊지 못할 사연이 있는 것 또한 우리들의 삶이 아니던가. 지나온 한 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었지만 살다보면 가까운 날의 시간이었다 해도 그 삶의 발자취에는 당장이라도 지워버리고 싶은 회한(悔恨) 또한 왜 없겠는가? 어느 때는 지겹도록 지루하고 힘겨웠던 날들도 있었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애 발자취였건만 옳고 그름도 모른 채 잘못된 생각이 옳은 것인 양 결정하고는 거기에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을 쏟아부었던가. 결국 남은 것이라곤 허황된 꿈의 껍데기뿐이었고 회안의 껍질만 수북이 쌓였는지도 모른다. 나름대로 열심을 다해 살아간다고 할 때 잘못을 뉘우쳐 깨닫는 바람도 불어왔고, 때로는 돌이켜 고칠 수 없는 아픔이 된서리 쳤지만 어쩌랴. 그 누구도 잘못 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자신 있는 위로가 있었기 때문에 지난날의 잘못을 밑거름 삼아 나아갈 날들을 새롭게 움트게 하는 것 아니랴.

모름지기 인간이란 잘못을 저질러본 다음에야 교만했던 눈길은 깊어지고 세월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라지만,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온 삶의 발자취, 그 부끄럽고 안타까운 흔적이 참으로 우리를 겸허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겸허해진다는 것은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어 보완하고, 정직을 배워서 삶의 태도가 겸손해지도록 하는 것 아니던가. 겸허한 모습으로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한 고뇌의 이마에 주름살 접어갈 때 인생은 깊어지고 넓어만 갈 것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낮과 밤의 변화에 세월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놓고, 연말이며 새해라고 하는 사실이 무의미한 것 같지만,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지나온 한 해를 뒤돌아보며 아프게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것도 12월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극히 작은 일에서부터 크고 중요한 일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자국을 낱낱이 되밟아가는 마음으로 깊이깊이 참회하고 새해의 꿈을 싹틔워야 한다. 누구나 살아가는 일생에 한 해의 마지막 달을 거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반성하고 뉘우쳐서 새로운 365일이라는 시간을 값있게 살아갈 것을 허락받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 지금이 바로 새로운 날을 허락 받기 위해 지나온 한 해를 돌이켜 보는 때이다. 누구나 괴롭고 힘들었던 지난날은 있기 마련. 우리들의 삶을 얼룩 지운 실수도 좌절도 부끄러움도 새해에는 살찌우는 값진 밑거름이 되어 준다는 이치를 깨닫고 감격스러워하자. 자신의 지난날을 값진 밑거름으로 활용할 줄 아는 이는 얼마나 슬기로운 사람인가. 새로운 삶의 의미란 가치 있게 살고자 노력하는 그 노력의 깊이만큼 의미도 깊어진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희망과 기쁨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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