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수 기자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나라에서 철새들을 보기가 점차 힘들어져 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무명의 주남저수지를 전국에 알렸던 가창오리가 주남저수지에 오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경북 구미의 낙동강 해평습지는 한 해 300여 마리의 두루미가 찾던 새들의 낙원이었으나 최근 들어 철새들의 숫자가 급감해 지역사회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낙동강 하구언 습지도 철새가 줄기는 마찬가지다.
한반도를 뒤덮었던 그 많은 철새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왜 철새들은 더 이상 한반도에 오지 않는 것일까.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기획취재를 하면서 던진 질문이다. 전국을 다녀본 결과 새들의 보금자리인 대한민국의 습지가 각종 개발행위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설자리를 잃게 된 새들은 인간에게 항변하는 대신 그들을 품어주는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함안군의 3대 습지의 하나로 손꼽혔던 유전늪은 무분별한 매립행위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특히 올 초부터 유전늪에 대한 매립이 본격화됐다. 습지 내로 수십t의 돌멩이와 자갈 등 매립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본보의 보도가 나간 후 일부를 걷어내고 매립을 잠정 중단했지만 언제 또다시 파괴행위가 재개될지 모른다.
국외의 경우 습지보전지역의 훼손시 법적 처벌이나 벌금 등의 제도가 잘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별다른 처벌규정이 없어 습지에 대한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철새들의 향연을 통해 자연의 감동과 신비로움을 느끼며 습지의 중요성과 자연환경의 귀중함을 일깨운다. 진정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새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새박사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경고했다. “사람들이 다가가면 새들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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