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50>
오늘의 저편 <250>
  • 경남일보
  • 승인 2012.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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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은 학동 뒷산의 그 굴 앞에 꼼짝없이 서 있었다. 어쨌든 그곳까지 갔다. 그의 눈앞엔 온몸을 잔뜩 옹그린 채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을 아버지의 모습이 돋아나 있었다.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빨리 아버지를 불러봐.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봐.’

그의 가슴은 그렇게 재촉하고 있었다. 자꾸만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목구멍이 따가운지 침만 꿀꺽 삼켰다.

‘이제 와서 자식한테 그 모습을 보이고 싶으실까?’

그의 머리에선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흥, 가까이 가기가 두려운 거지?’ 가슴.

‘그건 아냐.’ 머리를 흔들었다.

‘좀 솔직해지지 그래. 굴속에 나균이 득실거릴 것 같아서 발이 움직여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가슴.

‘아니, 아니, 아니. 자식을 위해 숨어서 살아온 그 평생을 그냥 그대로 지켜드리고 싶은 것뿐이다.’ 머리.

‘그건 비열한 변명에 지나지 않아. 아무튼 어머니의 사망소식이라도 알려드려야 하잖아?’ 가슴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나도 정말 이러는 나 자신이 정말 싫어.’ 다시 또 머리를 흔들었다.

기어이 몸을 돌리고 만 용진은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검은 리본을 두른 어머니의 영정은 뒷방에 두고 곧장 서울로 차를 몰았다. 죽을힘을 다하여 그의 차를 따라가던 백구가 달음질을 멈추곤 뒷산으로 목을 돌렸다.

‘그래, 내 아들아 잘 가. 잘 생각했어. 암 잘 생각했고말고.’

잔뜩 옹그리고 있던 진석은 결국 말없이 떠나버리는 용진이를 보면서 후회 없이 중얼거렸다. 정말 털끝만한 서운함도 없었던 것이다.

예정대로 용진은 공항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완벽한 속임수로 아버지를 철저히 보호하며 혼자만의 둘로 살았다. 기나긴 세월동안 어머니가 겪었을 고통과 아픔의 깊이는 감히 짐작하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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