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대책 및 사후조치 이대로 좋은가
학교폭력 예방대책 및 사후조치 이대로 좋은가
  • 경남일보
  • 승인 2012.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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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용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최근 들어 어린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후유증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군다나 극단적으로 스스로의 생명을 포기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어 무척 염려스럽다.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해왔다. 이제는 학교폭력 예방대책 및 적절한 사후조치와 함께 가해자의 격리 및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결과 학교폭력이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법정에서 형사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소한 언어폭력에서부터 집단구타까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사회적 이슈가 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바뀐 것이 없다. 오늘날 우리 학교 현실은 어떠한가. 학생들은 대수롭지 않게 친구들에게 욕설을 하고 상대를 인격적으로 무시하며 심지어 구타를 하기도 한다. 소중한 우리의 학생들이 서로에게 ‘너 또한 하찮은 존재일 뿐이야’라고 외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 아이들은 도대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 첫째, 부모님과 학교 전체의 무관심이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학교도 문제에 적극 뛰어들며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둘째, 선생님들의 실적주의와 무감각이다. 선생님들이 다시 한 번 사명감을 갖고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국가나 사회의 우열주의에 의해 지나치게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아이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환경과 각자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학교를 다니고 싶은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물어보자. 우리 아이들은 학교라는 사회를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즐겁게 지내고, 선생님이라는 인생의 등대를 만나고, 그러는 가운데 자신과 상대방을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싹트는 학교를 다니고 싶을 것이다. 스스로를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는 인생을 살고 싶을 것이다.

정부는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으로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고자 2004년 1월 ‘학교폭력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특히 이 법에는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여 학교폭력자치위원회(제13조)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제17조) 등에 대하여 규정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가해학생에 대해 제1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치를 할 것을 학교의 장에게 요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7조 제1항).

이와 관련해 최근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에 대하여 찬반논란이 뜨겁다. 찬성 측은 늘어난 학교폭력과 그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폭력학생의 생활기록부에 그 내용을 써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은 가해학생의 인권침해와 낙인효과의 우려 때문에 도입을 꺼리고 있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록 여부는 이것이 아직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 가해학생을 옥죄는 주홍글씨가 될 것인지, 아니면 학교폭력도 줄이고 가해학생을 효과적으로 계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를 비교 형량해서 결정돼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화해와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노력과 성의가 있어야 한다.

더욱이 학생부 기재 자체보다는 이를 사후적으로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사후에 일정한 기간 학생의 행동에 괄목할 변화가 있다면 일정한 기준 아래 과거 기록을 삭제하는 식으로 운영한다면 꼭 비교육적인 처사라고만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학생들에 대한 제재조치를 줄 것인지 신중하게 형량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학교당국도 사전에 교육적 입장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의 충분한 설득과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사후조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교육하여 학생들의 자아를 탐색하고 사회성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학교폭력의 해결을 위해 정부, 미디어, 학교, 상담기관 등 각 부문이 상호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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