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개탁(擧世皆濁)
거세개탁(擧世皆濁)
  • 경남일보
  • 승인 201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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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교수신문은 올해도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초나라의 굴원이라는 사람의 어부가에서 따온 ‘거세개탁(擧世皆濁)’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굴원은 “홀로 맑게 깨어 있기 힘들고 깨어 있어도 화합하기 힘들다”며 세상을 한탄했다.

▶그 옛날에도 한탄할 정도로 세상이 혼탁했으니 오늘날에 이르러 무삼하겠냐마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 가히 거세개탁이라 할만하다. 탁하기로는 지위고하를 막론한다. 대통령의 형에서부터 이 정부가 들어설 때 핵심으로 활약했던 공신들이 뭉칫돈에 흔들려 감옥으로 갔다. 부패는 지위고하를 막론, 국가의 기강을 다잡아야 할 검사가 뇌물에 맛을 들였고 도둑을 잡아야 할 경찰은 도둑이 금고털이를 하는데 망을 봐줬다니 이쯤이면 갈데까지 갔다고 봐야 한다.

▶교수들이 거세개탁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한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루루 몰려다니며 정치권에 줄을 대고 기웃거리는 교수들을 빗댄 자조적 반성이 거세개탁이다. 아마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장 요동친 사회가 교수사회였을 것이다. 줄을 대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능력 없는 교수로 치부될 정도로 들뜨고 요동친 것이 사실이다.

▶새 대통령이 될 사람이 인재 고르기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인재풀을 넘겨 받아 아무리 들여다봐도 청문회를 통과할 인물 고르기가 쉽지 않아 머리를 싸매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그렇더라도 부나비처럼 정치권을 기웃거리며 자리를 탐하는 교수들은 배제하는 게 어떨까. 청렴과 곧은 신념이 공직자의 덕목임에야 탁한 세파에 줄타기 잘하는 사람은 경계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거세개탁은 올해로 족하다. 계사년에는 맑은 기류가 형성되길 기대해 본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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