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은 '고추' 세우기
기죽은 '고추' 세우기
  • 경남일보
  • 승인 201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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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야기]이병정 (경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관)
아버지는 나귀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너 마을 아저씨 댁에 고추 먹고 맴맴~ 달래먹고 맴맴~

옛날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불렀던 동요가 생각난다. 매운 고추를 먹고 입안에 불이 나서 눈물 흘리며, 맴맴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동작들이 보이는 듯 하다. 또한 아들을 소중하게 여겼던 옛 시절에 고추는 흔히 남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고추와 숯을 새끼에 꼬아 대문 위에 걸어두어 그 집에서 아들을 낳았음을 알리기도 했다. 고추는 원래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다년생 식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재배온도 때문에 1년생 식물로 아는 사람도 많다. 고추는 따뜻한 곳을 좋아해서 16~30℃ 정도에서 잘 자라며 이보다 추운 곳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고추는 우리나라 대표음식인 김치에 없어서는 안되는 재료이며(물론, 백김치는 빼고), 2011년 우리나라 김치 수출액이 1억 달러를 넘었고, 우리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양념채소이다. 이렇게 중요한 고추생산이 기가 죽었단다. 고추시장은 풋고추와 홍고추, 건고추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건고추의 자급률이 최근 50% 이하로 떨어졌다. 건고추 자급률은 1994년 97.2%에서 2002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급격하게 하락했다. 고추의 재배면적은 1994년부터 연평균 4%씩 감소하였으며, 고추 재배 농가수는 2000년 90만호에서 2010년 30만호로 2/3가 감소했다. 재배면적의 감소원인은 농촌의 고령화를 꼽을 수 있다. 전체 고추 농가의 60대 이상 비율이 62%로 다른 품목에 비해 높다. 고추 재배면적의 또 다른 감소 원인은 높은 생산비다. 10a당 노동 투입시간은 168시간으로 마늘 129시간, 양파 104시간, 콩 23시간에 비해 매우 높고, 생산비는 10a당 173만2000원으로 마늘 162만9000원, 양파 128만1000원, 콩 37만3000원에 비해 매우 많다. 국내 고추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방안이 있을까.

첫째, 고추 신품종 육성이나 선발이 필요하다. 고추는 생산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경영비 중 난방비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저온 다수확 품종이나 일시 수확형 품종 개발이다.

둘째,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늘려야 한다. 농촌의 고령화로 재배면적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비가림시설 재배를 통한 병충해 예방으로 수확량을 증대해야 한다. 올해 정부가 180ha에 이 사업을 지원했는데 최소 자급률 57%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770ha의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

셋째, 고추 재배방법 개선이 필요하다. 터널재배 방식으로 전환해 빠른 정식으로 7월 초순부터 수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터널재배 방식은 기존의 멀칭재배에 비해 20% 수확량 증대가 가능하다.

넷째, 재배면적의 감소폭을 줄여야 한다. 수확기 일손돕기 창구를 통한 일손돕기나 홍고추 출하 유도로 노동 투입시간이 절감된다.

다섯째, 유통방식과 제품개발 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 전국의 7개 고추종합처리장을 15개로 확대 설치하고 청결한 건고추, 고춧가루 생산 등 수입산과 품질차별화를 시도하면 이는 원산지 단속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또 각 수요처마다 요구하는 품질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수출용과 가정용, 군납용, 요식업소용 등 수요처에 맞는 제품 개발로 다각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나라의 기죽은 고추가 벌떡 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병정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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