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젖줄,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9>
생명의 젖줄,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9>
  • 이은수
  • 승인 201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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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습지를 보전하자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 지난 몇달간 15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국내 습지는 얼핏봐서는 비슷한 것 같으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같은 풍경이 없이 하나 하나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 속에는 아름다움과 동시에 생명을 품는 아픔도 내재됐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습지에 열광하는 이유기도 하다.

우포의 아침. 이마배를 타고 미끄러지듯 우포에 빠져들자 제방에서 피어나는 물안개와 왕버들 군락의 몽환적 경치에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온 몸에 전해지는 물가의 그 시원한 전율은 이루 형언하기 어렵고, 뭍에서 멀어질수록 물아일체가 되어 세상 상념이 절로 사라지는 것 같다. 모래 언덕이 끝없이 펼쳐진 신두리 사구, 갈매기가 비상하는 풍경은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 준다.

용산에서 바라본 S자 수로의 순천만의 비경은 가히 ‘하늘이 내려 준 자연 정원’이란 극찬을 받을 만 하다. 취재과정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낙동강사업으로 인해 철새들이 사라진 해평습지에서는 해질녘 먹이를 찾아 들판에 나온 고라니와 마주치기도 했다. 가는 길에 야생동물이 차량에 치여 신음하는 ‘로드킬’도 종종 목격했다.

인간의 개발행위로 생명의 보고인 습지는 급격히 줄고 보금자리를 잃은 새들은 하나 둘 사람들 곁을 떠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주소다.

이러다가 친숙한 새들을 보지 못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한다. 새들이 떠난 땅은 결국 사람도 살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명의 보고인 습지를 아끼고 보전하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봤다.

◇생명의 보고인 습지가 사라져 간다

우리나라의 습지는 지난 100년간 미곡증산 정책에 따른 농경지 확충, 산업화로 인한 공장부지 확대, 도시화가 가속화되며 주거단지 개발과 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한 쓰레기 매립지 사용 등으로 소실의 위협에 처했다.

우포늪의 경우 쪽지벌의 면적이 크게 감소했고, 사몰포와 새거리벌은 1984년 이후 사라졌고 말벌·학엄벌과 유장벌 역시 완전 소실됐다. 우포늪 일대의 습지 총면적은 1918년에 약533만㎡였으나 2007년에는 약370만㎡로 총 면적이 약69.5% 감소했다. 감소되거나 소실된 습지는 논이나 밭, 과수원 등의 경작지로 개간·매립되어 현재 양파, 마늘 등의 농사를 짓는데 이용되고 있다. 함안지역은 1963년과 2004년을 비교해 볼 때 전체면적의 30%인 378만㎡의 습지가 사라졌다. 사라진 습지에는 농약과 비료가 뒤범벅 되면서 메뚜기와 다슬기, 미꾸라지, 개구리들이 내쫓겼다. 유전늪은 공장에 둘러싸여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50년간 전세계적으로 많은 강과 습지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습지가 발달했던 낙동강 중하류의 경우 많은 습지가 이미 농지, 택지, 공단, 도로 및 여러 목적의 개발로 소실됐다.

밀양 재약산 사자평 습지는 임도와 배수로 등 인공구조물에 의한 물 흐름 차단과 등산객의 잦은 출입으로 바닥이 딱딱해지고 나무가 자라는 등 육지화가 급속히 진행중이다. 태안 신두리 사구는 건물이 바람을 막으면서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환경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미 낙동강 해평습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갈대와 모래·자갈을 마구 파내 쉼터를 상실한 흑두루미 등 많은 새들이 떠났다.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는 에코델타시티 등 신도시 건설로 생태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그 많던 새들은 다 어디에 갔을까?

겨울철을 맞아 국내 유명 습지에는 철새를 보러 온 탐방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얀물보라를 일으키며 힘차게 비상하는 철새들의 무리를 보면서 가슴이 빠르게 고동침을 느낀다. 하지만 국내에서 철새들을 보기가 점차 힘들어져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하늘을 뒤덮었던 그 많은 철새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철새들은 왜 더이상 한반도에 오지 않는 것일까.

전국을 다녀본 결과, 대한민국의 습지가 각종 개발행위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습지가 이미 농지, 택지, 공단, 도로 및 여러가지 목적의 개발로 인해 소실된 것이다. 국외의 경우 습지보전지역의 훼손시 법적 처벌이나 벌금 등의 제도가 잘 구성돼 있지만 우리의 경우 별다른 처벌규정이 없어 습지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습지 파괴로 설자리를 잃게 된 새들은 자연히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주남저수지를 전국에 알렸던 가창오리가 주남저수지에 오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해평습지는 한해 300여마리의 두루미가 찾던 새들의 낙원이었으나 근래에 철새들의 숫자가 급감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낙동강 하구언 습지도 철새가 줄기는 마찬가지다. 흑두루미는 이제 국내에서 유일하게 순천만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도 더 이상 안전지대는 아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습지가 심하게 훼손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습지환경이 악화되면 제일먼저 사라지는 것이 새들이라고 한다. 환경에 가장 민감한 새들은 갈대숲 등 쉴곳이 없어지고 논습지 등 먹이터가 줄면서 우리나라를 찾지 않는 것이다. 윤무부 경희대 교수는 “새들이 살지 않는 땅은 사람도 생존할 수 없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습지를 지키는 사람들

개발의 도전이 거센데도 불구하고 습지가 잘 보전되고 지켜지는데는 이를 아끼고 가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포늪 지킴이 주영학(64)씨는 우포·목포·사지포·쪽지벌 등 4개의 늪 주변을 왔다갔다하며 쓰레기 줍기를 15년째 해오고 있다. 주씨의 얼굴과 손은 늪 지역의 찬 바람과 궂은 일로 부르텄지만 우포늪을 바라보는 눈길을 따뜻하다. 그는 뉴트리아가 가시연이나 수생식물을 마구 갉아먹으며 생태계를 파괴하자 근절을 위해 포획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포늪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른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우포늪을 찾는 탐방객들의 안내역을 자임한다. 새벽마다 늪을 찾는 사진작가들을 위해 장대 나룻배를 타고 스스로 풍경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 결과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교과서에도 실려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생태해설사도 습지보전에 일조를 하고 있다.

두웅습지 강주희 해설사, 순천만 정해주 해설사, 낙동강 하구 전시진 해설사는 전문지식과 함께 눈높이에 맞는 해설로 탐방객의 이해를 도왔다. 그들은 한결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습지를 통해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 새나 자연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결국 인간을 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진(59) 자연환경해설사는 “습지는 새들의 땅이다. 자연을 잘 가꾸면 더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새가 오지 않는 땅은 인간도 살수 없다"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


”새들은 사람이 다가갈수록 멀어집니다. 그들의 고유 영역을 침입하지 않는 등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 해야 합니다.”

일평생을 새 연구에 몰두한 윤무부(70)경희대 명예교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파괴행위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거제가 고향인 윤 교수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전국을 누비며 새와 습지의 소중함에 대해서 일깨워주고 있다.

그는 “겨울이 되면서 철새탐방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철새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인식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불과 3∼50년 전까지만 해도 흔했던 크낙새·꼬까참새·물래새·꼬리치레·뿔종다리·휘파람새는 이제 국내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검둥오리 사촌인 검은목 논병아리는 몽골에서 2000km를 날아오는데 한마리도 오지 않는다. 심지어 가마우지도 보기가 쉽지 않다”며 “새는 예민한 동물로 환경의 바로미터(척도)다. 이는 습지환경이 극도로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다가 30년이 지나면 또 30여종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한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지나친 개입으로 새들을 내쫓았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강물은 굽이치면서 작용과 반작용에 의해 생명이 샘솟는데 인위적으로 펴다보니 준설과정에 갈대숲과 모래밭·자갈을 마구 파헤쳐 새들이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 수심이 많이 깊어진 것도 새들에게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들이 다시 찾도록 하기위해서는 이웃나라 일본처럼 쌀·보리·밀·옥수수 등 철새들의 먹이를 충분히 공급해주고 먹이터가 되는 논습지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새들을 감상할 때는 사전에 환경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차폐막 이용 및 쌍안경 소지 등 가까이 가지 않으면서 조용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주남저수지에 대해서는 “입구에 2층 건물을 짓고 습지내에 탐방로를 내는 것은 새에게 위협을 주는 것이며, 어선계류시설도 향후 어로 체험장 이용 등 관광사업의 단초가 될 수 있어 잘 보전해야 한다”며 애정어린 충고를 했다. 윤 교수는 끝으로 이렇게 경고했다. “새가 없는 곳은 인간도 살수 없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 기자feel@gnnews.co.kr
 
※이 기사는 경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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