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경남일보
  • 승인 2012.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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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희 (진주 문산초등학교 교사)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훌쩍 넘어가나 보다.

40대는 40km로 50대는 50km로 세월이 달린다는 속설이 맞는지 엊그제가 춘삼월인 듯했는데 그 꽃 진 자리 위에 어느새 눈이 내렸다. 날이 갈수록 한 해 한 해가 후딱 지나감이 느껴지는 걸 보니 어느새 중년의 문턱을 넘고 있음이 실감난다.

지난주 우리 교직원들은 한해를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꽃 피는 동백섬이 있는 부산으로 바다 나들이를 다녀왔다. 업무가 아닌 친목 차원의 나들이라 그런지 다들 표정이 밝아보였다. 우리는 첫 행선지로 기장에 위치한 바다 끝자락에 지어진 절에 도착했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며 너나 할 것 없이 법당에 오르는 분들을 위해 또 오지랖이 발동하여 켜켜이 쌓인 방석을 건네주었다. 다들 추운 바닥에서 절을 하면 정성들여 절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주책스런 생각에….

그리고 법당에서 나와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서 삼삼오오 인증샷도 찍고 주변의 경관도 눈에 넣느라 한 시간여 행복했다. 절을 빠져 나오는 길에는 향수에 젖어 풀빵도 사먹고 기장미역이 유명하대서 미역가게에도 들러 차에 올랐다. 출발하려는 순간 ‘아차 내 가방!’

절 하시는 분들 방석 내려주고 다시 포개두고 오느라 내 가방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이제 가방은 잃어버렸다 싶으니 눈앞이 캄캄하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현금은 물론이고 카드며 휴대폰,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내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가방이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뒤로하고 행정실장의 도움을 받아 한달음에 법당에 도착했고 한 발 앞서 기웃거리던 실장님이 내 가방을 들어 보였다. 허둥대며 가방만 눈에 넣어 들고 나오는 내 소매를 잡아끌며 “부처님한테 감사하다고 절하고 가이소” 했다.

오늘은 참으로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날이다.

연말이라 그런지 그곳에는 관광객도 많아 북적이고 제를 올리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서 당연히 가방이 없을 것 같았는데 살포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내 가방을 보며 ‘ 아!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은가 보다’ 확인해서 행복했다. 그리고 나보다 더 걱정하며 같이 달려가 준 행정실장님, 그리고 가방 찾으러 간 직원들이 걱정되어 버스에서 내려 한 참이나 걸어와 서성이고 계시는 교장선생님과 우리 교육가족들. 그래서 이번 교직원 여행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한 나들이’라는 제목을 붙여 가슴속에 넣어두고 꺼내어 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을과 겨울 두 계절, 그리고 2012년 마지막 월요일의 경일춘추 지면을 내게 할애해 주신 분께 감사드리며 생활 속의 보물을 찾아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하였던 내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독자에게 전해졌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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