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식 (서부지역본부장)
그렇다고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가 그동안 섬진강 살리기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동안 협의회는 토종어류 방류사업, 섬진강 수해쓰레기 수거비 지원, 4대강사업 관련 섬진강 살리기 마스트플랜 용역, 섬진강 수질개선 종합계획 수립용역 같은 섬진강 살리기사업을 계속해 왔으나 강 하류지역 주민들의 쓰라린 가슴 속을 풀어주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가 지난 13일 구례군청에서 제28차 정기총회를 열고 ‘섬진강 수계·생태계 변화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키로 했다. 이는 섬진강 상류의 댐 건설로 인한 물가두기와 다압취수장의 싹쓸이 취수 등으로 하천 유지용수량이 절대 부족해 하류지역의 바다화가 가속화하는 등 강의 생태 환경 변화가 심각한 가운데 강 수계 지자체 모임에서 강의 생태계 변화 조사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한목소리를 냄으로써 강 하류지역 주민들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연구용역은 섬진강 수계의 잇따른 댐 건설과 기후변화에 따른 하천유지용수량 부족으로 하류지역의 바다화가 가속화돼 염분농도가 증가하고 이 때문에 하류지역 주민들의 생계원인 재첩 채취량이 매년 감소하며, 또 매년 봄·가을 적조가 발생하는 등 하천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협의회가 내린 결단이다. 특히 섬진강댐관리단과 주암댐관리단 등 수자원공사 산하기관까지 포함된 협의회를 설득한 것은 하류지역 광양·하동 주민들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를 반드시 해결해줘야 한다는 하동군 관계자의 끈질긴 노력의 결과이다.
이 때문에 섬진강 하류지역은 강이 아니라 도랑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유수량이 적어 무릎까지만 바지를 걷어 올리면 강을 건널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하류지역은 염해뿐만 아니라 생태계까지 변화하는 등 환경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특히 강물 싹쓸이가 계속되면서 밀물 때면 바닷물이 다압취수장 문턱까지 올라가고 썰물 때면 다압취수장 아래는 완전히 도랑으로 변해 민물고기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고 바닷고기가 판을 쳐 하류지역 주민들의 생계 수단인 재첩이 폐사하는 사태가 빈번하면서 어민들의 아우성이 이어졌다.
이에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가 하동군의 설득을 받아들여 협의회 기금 3억 원으로 우선 섬진강 수계 전 구간을 대상으로 2013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강의 생태계 변화조사를 전문기관에 맡겨 실시토록 했다. 이번에 협의회에서 실시하는 섬진강 수계·생태계 변화조사 및 개선방안 용역과제엔 △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변화 추이 및 전망 △타유역 유량 유출에 따른 섬진강 수계의 영향 및 개선 방안 △상류의 침식에 의한 하류지역 모래톱 형성에 따른 문제점 및 사후대책 △하류지역 염해 원인 및 피해상황과 개선 방안 등이 주요 내용으로 들어 있다.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향후 강의 유지유수량 확보 등을 통한 섬진강의 생태계와 환경 복원을 위한 다양한 개선사업을 추진키로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섬진강 하류지역 주민들이 이곳저곳에서 아우성을 치도록 섬진강 전 구간에서 물을 취수하여 물 장사를 하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얼마 민큼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의 용역 결과를 받아 들일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수자원공사의 태도를 보면 협의회 용역 결과에 따른 충고가 씨알도 안먹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섬진강 하류지역 주민도 살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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