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앙금 털어버리고 화합과 희망의 새해 기대
묵은 앙금 털어버리고 화합과 희망의 새해 기대
  • 경남일보
  • 승인 2013.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기 (논설고문)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대통령 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지 10여일이 지났고, 새해가 됐지만 아직도 결과에 선뜻 승복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75.8%라는 높은 투표율이 말해주듯 대선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한 51.6%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48%가 지역과 세대에서 쫙 갈렸다. 투표경향이 2030세대와 5060세대 간, 보수·진보 간에 극명한 대립구도가 여과 없이 나타났다. 2030세대는 3명 중 2명이 문 후보를, 3명 중 1명이 박 당선인을 지지했다. 반면 50대 이상은 3명 중 2명이 박 당선인을, 3명 중 1명이 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후유증이 세대 갈등 양상을 보였다.

한국사회가 이번 대선처럼 갈라진 적은 없었다. 문 후보를 선택한 사람들은 아쉬움과 절망감으로 속을 앓고 있다. 문 후보를 80~90% 지지했던 지역 중에는 입을 닫고 망연자실한 표정, ‘침묵의 지역’이 됐었다고 전한다. 물론 누군가가 당선되면 누군가가 낙선하기 마련이고 지지자들의 환희와 실망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선거 이후 새해까지 이러한 경향이 계속되는 것은 다소 위험한 일이다

2030 대 5060 세대 갈등과 박 당선인의 과제

대선 직전까지 선거에 가장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대는 40대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50대가 오히려 가장 주목받는 세대로 등장했다. 50대가 투표장으로 몰려간 이유는 뭘까. 50대 10명 중 9명이 투표했고 이들 중 상당수가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수치는 정말 놀랍다. 지금의 20~40대가 10년, 20년, 30년 뒤에 나이가 들어 50대가 되면 정치적 성향이 어떻게 변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보수화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의료·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진보적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

한 네티즌은 “노인들이 국민 복지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니 이들이 즐겨 이용하는 무임승차제도를 전면 폐지해 달라”고 했다. 심지어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말자” 등의 과격하고 무례한 의견도 나왔다. ‘기초노령연금 폐지는’ 물론 ‘경로석 폐지’와 같은 감정적이고 선동적인 구호마저 등장하는 실정이다. 중장년 세대의 반발도 만만찮다. 늙는다는 것은 서러운 일이고,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세대 간 갈등과 투표대결 양상이 심해질 소지가 커 우려스럽다.

정치란 궁극적으로 백성의 가려운 데를 찾아내서 시원히 긁어주는 배려 어린 봉사다. 손이 미치지 않거나 볼 수 없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을 떠올리면 알고 남음이 있지 않은가. 정치하는 사람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해야 한다. 새해는 어느 해 보다 어렵다는 전망이 스스럼없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서민들은 서민들대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면 걱정이 태산이다. 시장경제가 위축될수록 서민들의 가슴을 더욱 죄어오기 때문이다.

대선에 임했던 후보자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민심은 통합은커녕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역대 대선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높은 투표율과 적은 득표율의 차이(108만표), 선거전 당시의 적극적인 이념 공세로 인해 대선이 끝난 후에도 국민 간의 ‘대결’ 구도는 가시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 빨리 절망과 좌절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라고 말할 엄두가 안 난다. 그들의 아픔이 너무 크다.

새 정부 멋진 구성과 ‘성공 대통령’ 기원

당선인의 우선 과제는 분열된 국민들을 통합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박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을 포용, 국정운영에 지지를 이끌어 내야한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빈부격차와 양극화 문제 등을 갈등 없이 효과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 앞에 놓여 있다. 탕평을 통한 국민통합의 당위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세대와 지역 간의 갈등 후유증의 빠른 치유가 필요하다. 박 당선인이 말한 100% 국민 대통합이 선결과제인 이유다. 새 정부의 멋진 구성과 ‘성공 대통령’을 기원한다. 이젠 모두가 묵은 앙금을 털어버리고 화합과 희망의 새해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