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불응의 美
정책불응의 美
  • 김순철
  • 승인 2013.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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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근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정부의 정책은 항상 합리적이고 올바른 것인가?”

우리는 어릴 때 학교선생님의 말씀이나 교과서의 경우, 비판 없이 수용한 적이 있다. 그리고 과거 정부에서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거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학교선생님의 말씀이나 교과서 내용이 진실과 다를 수 있고, 정부의 정책도 항상 합리적이고 올바르지 않는 일이 많기 때문에(예를 들어, 외교안보정책이나 교육정책, 노동정책이나 사회보장정책 등의 각종 정부정책), 이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거부마음’은 구체적인 ‘불응(거부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정책불응은 갓난아이가 스스로 필요한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정책이 합리적이고 올바르지 않을 때 국민들이 울고(불응) 싶은 마음의 결과이다. 이는 정부의 비정상적이고 잘못된 정책결정에 의한 제도적인 결함에 따른 국민들의 불응(즉 정부의 비합리적인 정책결정에 대한 국민들의 합리적인 불응)으로, 국민 대다수가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정부의 비합리적인 정책결정에 대한 국민들의 합리적인 불응의 경우로써 우리나라 사회보장정책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예컨대 국민연금의 경우,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서비스로 형태로 나타나지 않고, 정치적인 필요와 목적이 우선시되어 사회보장정책의 기본적인 원칙조차 무시한 편의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성립한 사회보장정책의 경우, 국민들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정책불응의 행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정부정책에 대해 불응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기본적으로 정부정책이 국민들의 의사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더욱이 비합리적인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한 행태(무조건적인 추종이나 순종)는 공공의 악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비합리적인 정책에 대해 더 이상 비합리적인 순응을 해서는(따라서는) 안 되며, 합리적 선택에 따른 불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민들은 국정운영의 주체로서 순응해야 할 때에는 반드시 순응하고, 불응해야 할 때는 반드시 불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예(yes)”라고 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예”라고 해야 하고, “아니오(no)”라고 해야 할 경우에는 “아니오”를 해야 하는데, 무조건 “예”라고 한다든지 무조건 “아니오”를 할 경우에는 우리가 바라는 올바른 민주사회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합리적인 정부정책이 지속될 경우, 불응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가? 물론 아니다. 우리는 불응과 함께 정부정책의 비합리적인 부문이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지를, 우리 스스로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러한 참여와 소통이야말로 정책불응의 진정한 美(아름다움)인 것이다.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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