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술은 새 부대에
  • 경남일보
  • 승인 2013.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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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지난 한해를 ‘거세개탁(擧世皆濁)’이라고 축약했던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際舊布新)’을 선정했다. 모든 세상이 전부 흐렸다고 자조한데서 벗어나 이제는 옛것을 제거하고 새 것을 널리 퍼트리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2013년은 가히 새 것이라 할만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대통령이 나와 집권 첫해를 맞는다. 그는 오랜 세월 한반도를 지배했던 지역갈등은 물론 세대. 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는 국민대통합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제되는 조건은 인재를 지역에 대한 편견 없이 널리 구해 쓰는 탕평인사이다. 또한 민생을 챙기고 청년 일자리를 늘려 중산층을 두텁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조건이 해결된다면 국민대통합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기대되는 것은 여성의 권익신장이다.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남성위주의 사회와는 사뭇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섬세한 시각으로 오랜 유교사회의 관습을 깨고 양성평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대하는 것이다.

갈등과 빈부격차, 양성불평등이 극복해야 할 ‘구악’이라면 이를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포신(布新)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이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그야말로 크다. 국민의 70%이상이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당선인 신분에 있으면서 보이고 있는 그의 민생행보에서 그가 고민하고 있는 중점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조직에서도 미래권력이 지향해 나갈 방향을 어느 정도 점칠 수 있다. 그것은 난마처럼 얽혀 있는 사회통합과 복지, 민생, 교육에 대한 당선인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경제여건은 만만치 않다. 2013년 우리경제의 성장률은 3%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경기도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유럽발 경제위기의 여파가 계속될 것이고 불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새 정권에 대한 희망과 기대는 크지만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 내는 동력은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바로 여기서 국민적 지혜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5년 전 우리는 압도적 지지로 이명박 정부를 선택했다. 그가 내세운 ‘747’공약이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았고 실사구시(實事求是)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더 큰 세대간, 계층 간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젊은이들은 취업을 못해 유리방황하고 민생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젊은이들이 물실호기(勿失好機), 사석위호(私席爲虎), 초불삼득(初不三得)이니 하면서 새해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이 시대적 아픔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불투명한 미래를 밝게 개척하려는 의지보다는 아이를 낳지 않고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독신으로 살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는 이상 미래의 성장동력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내세워 온 국민이 건전하고 의욕적인 기풍을 진작시키지 않는 한 5년 후 우리는 또다시 지난 시절과 같은 좌절과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새해를 맞으면서 우리는 구악(舊惡)에 대한 냉철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먼저 정치가 변해야 할 것이다.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가를 가슴에 두고 정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새 시대에 맞는 정치쇄신을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새출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경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율법의 시대가 가고 복음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모르는 군중들에게 예수는 평범한 격언으로 갈 길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의 국운이 융성한다면 올해는 분명 국민대통합의 원년이 될 것이다. 모든 사회적 부조리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물론 세계속의 우리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국격이 높아져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 온 세계에 한류가 넘쳐나는 신기원이 될 것이다.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를 마련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술은 마련됐으나 술을 담을 부대가 없다면 새 술의 맛을 볼 수가 없다. 새해벽두에 국민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할 화두라 할만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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