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복지의 재발견
산림복지의 재발견
  • 경남일보
  • 승인 2013.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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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한파가 몰아치는 날임에도 많은 사람들은 산에 든다. 해돋이를 위해 지리산 천왕봉을 찾고 가까운 마을산을 찾는다. 새해 첫날 첫해를 가장 가까이에서 선명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다. 아무리 추워도 산에 들어 휘휘 걷노라면 어느새 추위는 사라지고 마음이 상쾌하다. 눈이 쌓인 산은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하다. 숲이 감싸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사람들에게는 관록이 쌓여 간다. 실력이 늘어가기도 한다. 열심히 저축하는 사람에게는 재산이 쌓여 가기 마련이다. 경험이 늘고 무엇인가가 축적되고 지혜도 늘어간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지식과 재산 그리고 지혜가 쌓여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것이 어디 사람에게만 있는 일인가. 우리의 산천도 그렇다. 산에는 나무들이 있고,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룬다. 그 숲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들도 점점 더 굵어지고 나이가 들어간다.

과거 유년기의 나이를 지닌 나무들만 산다고 푸념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우리의 숲도 청년기에서 장년기로 들어가는 시기에 왔다. 사람들은 노년이 되면 남은 시간이 별반 없다고 한탄할 수도 있으나 숲은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고 나무가 굵어지고 숲이 건강해지면 그만큼 가치가 커진다. 10년생 나무보다 20년생, 30년생…. 100년생 나무의 경제적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정비례하듯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단계를 지난 나이가 되면 그 가치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발전한다. 그래서 사람의 나이와 다르게 숲, 나무의 나이는 그 가치를 셈할 때 차이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숲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산림의 공익적 가치다. 그래서 나무를 이야기할 때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이라고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산림의 공익기능을 가치로 평가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것을 금전적으로 환산해보니 109조원을 넘는다. 2년 전 조사 때의 73조원에서 49%나 증가한 액수다. 이 금액은 GDP의 9.3%에 달하고 국민 한 사람에게는 연간 216만원 정도의 산림복지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화두는 국민복지다. 단순하게 생각해서도 산림의 국민복지 혜택이 GDP의 9.3%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농림어업 총생산액의 3.9배, 임업 총생산액의 19.7배, 당시 산림청 예산 1조6000억원의 68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러한 산림의 공익기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20%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흡수 및 대기정화 기능으로 22조6000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 한파가 계속 몰아치는 원인이 지구온난화 현상에 기인한다는 현실과 산림이 지구온난화를 더디게 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생각해볼 때 단순히 공익적 기능평가액이 높다는 단순논리만 생각할 것은 아닌 것이다.

그뿐인가. 산림의 수원함양 기능평가액은 20조2000억원(19%), 산림조망권 가치는 15조2000억원(14%), 산림휴양 기능은 14조6000억원(13%), 여름철 산사태 등 토사붕괴 방지기능 6조7000억원(6%), 산림정수 기능 6조5000억원(6%), 산림생물 다양성 보전기능 5조3000억원(5%) 등 우리나라 산림의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 이러한 평가액 산정은 일본이 자국의 산림공익 기능을 측정할 때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 기상청이 강수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거나 농촌진흥청이 농업기능 가치평가를 할 때 쓰이는 방법으로 검증된 방법에 의한 것으로 객관적 가치를 가진 산술방법임에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생각해 볼 때 시간이 갈수록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숲이 건강하고 더욱더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그보다 앞서 산림의 건강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산림당국의 노력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의 보고이고 기후변화의 지표이다. 맑은 물 지속 생산지이며, 매년 5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찾아들게 만드는 관광의 명소이다. 이러한 산림의 공익가치를 우리는 더 이상 공짜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국민복지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가 산림복지를 누리는 만큼 산림에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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