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빨리 치웠더라도
눈만 빨리 치웠더라도
  • 경남일보
  • 승인 2013.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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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인 기자
지난달 28일 경남지방에 기상관측 이래 12월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결론적으로 12월 말에 내린 이 폭설은 아이들만 신난 폭설이 됐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펑펑 쏟아진 함박눈에 신나서 운동장이나 공터에 나가 눈싸움·눈사람 만들기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새벽에 내린 눈으로 출근하는 부모들은 많은 불편함 속에서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진짜 폭설의 문제는 며칠 뒤에 나타났다. 눈이 녹을 새가 없이 한파가 계속 몰아닥치면서 빙판길로 변해버린 길 위에 낙상사고 환자가 속출했다. 많은 시민들이 폭설이 내린 뒤 내 집 앞 눈 치우기로 많은 도로와 골목길이 정상적으로 돌아왔지만 미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골목길이나 이면도로는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폭설보다 더한 불편을 가중시켰다.

경남 일부 지자체의 경우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가 있지만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눈이 그친 시점을 기준으로 몇 시간 이내에 쓸고, 치워야 하는 범위까지 구체적으로 정해 놓았지만 잘 알지도 못하고 실제로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극히 미미했다.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치우기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주민들에게 강제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해 눈 치우기를 당부하지만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눈이 오면 모두 빗자루와 넉가래를 들고 나와 집 앞과 동네 골목을 정리했다. 내 집 앞 눈 치우기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삶의 최소 의무이자 도리로 여겼다. 하지만 각박해진 세상인심은 내 집 앞의 눈도 해결하지 않게 만들었다.

특히 아파트단지에는 관리인 몇 명만 눈을 치울 뿐 그 넓은 주차장에 주민들이 먼저 눈을 치우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보기 힘들다. 이면도로는 노면이 울퉁불퉁한 요철도로로 변해 자동차 접촉사고가 속출하는 데도 어느 누구 하나 치우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들이 나중에 자기 자신들의 불편으로 다가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겨울을 길고 춥고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돼 있다. 기나긴 겨울, 이제 절반이 지났을 뿐이다. 경남지방에도 더 이상 폭설이 오지 마라는 법이 없다. 다음에도 이번과 같은 폭설이 온다면 먼저랄 것도 없이 자기 집 앞 눈 치우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눈으로 인해 이웃의 불편함과 자신의 불편함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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