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을 뽑는 선거에 역대 최다인 5명의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대의원들의 ‘표심(票心)’을 얻으려는 후보들의 신경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축구협회는 오는 28일 대의원총회를 열어 2013년부터 4년 동안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축구 수장’을 뽑는다. 축구협회는 7일 대의원총회 공고를 내고 8일부터 14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김석한(59) 전 중등축구연맹 회장이 지난해 11월 ‘희생과 봉사’를 기치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고, 곧바로 지난달 29일 안종복(57) 남북체육교류협회장이 출마 의사를 공식화하며 ‘출마 러시’의 시작을 알렸다.

　2013년 새해가 밝으면서 두 차례 축구협회장에 도전한 허승표(67) 피플웍스 회장이 3일 오전에 출마 의사를 밝히더니 곧바로 윤상현(51) 새누리당 의원이 바통을 이어 출마 선언을 했다. 여기에 정몽규(51) 한국프로축구연맹회장이 “출마에 긍정적”이라는 말로 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제52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역대 최다인 5명의 후보가 나서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다.

　축구협회장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은 총 24명이다.

　16명의 시·도 축구협회장(서울, 경기, 대전, 충북, 충남, 강원, 전북, 전남, 경남, 경북, 부산, 대구, 제주, 울산, 광주, 인천)과 8명의 축구협회 산하 연맹 회장(초등연맹, 중등연맹, 고등연맹, 대학연맹, 실업연맹, 풋살연맹, 여자연맹, 프로연맹)으로 구성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13장)을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없으면 최다득표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펼쳐 최종 승자를 결정한다.

　◇후보자 5명 ‘5인5색’ = 5명의 후보는 저마다 출마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대의원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1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자랑하는 축구협회는 다른 경기단체와는 달리 회장이 별도의 찬조금을 내지 않고도 운영될 만큼 자립도가 뛰어나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장은 축구인은 물론 정치인까지 탐낼 만한 자리다.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김석한 전 중등연맹 회장은 “희생과 봉사의 마음으로 투명한 행정력과 내실을 기본으로 해서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며 축구인의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회장은 축구 명문인 중동중과 보인고 출신이지만 현역 선수 생활은 하지 않았다.

　인조모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성하이텍을 이끄는 김 회장은 서울시축구협회 재정담당 부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중등연맹 회장을 맡아왔다. 또 현재 보인고의 재단인 대주학원 이사장이기도 하다.

　안종복 남북체육교류협회장은 ‘협회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되살리기’를 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1970년대 경신고와 고려대에서 선수로 뛴 안 회장은 1983년 프로축구 출범과 함께 부산 대우 로얄즈 축구단에서 행정 경험을 쌓았다.

　1988~1992년에는 대한축구협회 기획관리실장을 지냈고, 다시 대우 로얄즈로 복귀한 뒤에는 1996년 단장으로 승진해 2000년까지 구단 살림살이를 책임졌다.

　2003년 12월 인천 유나이티드의 단장을 맡아 2006년에는 준우승과 함께 K리그 사상 처음으로 흑자 경영에 성공해 주목받았고 2007년에는 사장으로 선임되는 등 풍부한 행정실무가 장점이다.

　허승표 퍼플웍스 회장은 두 차례 회장 선거(1997년·2009년)에서 ‘축구 야당’을 자처하며 출마한 유력한 후보다.

　보성고-연세대를 거쳐 신탁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한 허 회장은 197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1년간 축구 유학을 했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 코칭스쿨을 이수해 코치 자격증도 가진 축구인 출신 기업가다.

　최순영 축구협회장 재임 시절인 1980∼1982년 축구협회 국제담당 이사와 김우중 회장 체제였던 1990∼1991년 국제담당 부회장 겸 상비군관리위원장(현 기술위원장)을 지내 축구협회 실무도 경험했다.

　허 회장은 1997년 제48대 회장 선거에선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에 완패했지만 2009년 제51대 회장 선거에선 18대10으로 선전해 눈길을 끌었다.

　오랫동안 시·도 축구협회장들과 친분을 쌓아 다른 4명의 후보보다 많은 대의원표를 확보한 게 장점이지만 선거철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지적은 약점이다.

　허 회장의 ‘최대 대항마’로 꼽히는 정몽규 프로연맹 총재는 아직 명확하게 출마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지만 “출마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말로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정 총재는 2011년 1월 프로연맹 총재에 추대되고 나서 사외이사의 도입을 통한 폐쇄적인 이사회 구조 개편과 K리그 승강제 도입 등 개혁적인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정 총재는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이라는 점 때문에 ‘현대가(家)가 한국 축구의 요직을 세습하려 한다’는 시선은 부담스럽다.

　유일한 정치인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여와 야,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 축구계의 대화합을 이루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16개 시도협회에 대한 지원 강화, 중앙협회에 집중된 행정권을 시도협회로 일부 이양하는 방안, 선수들의 권익·복지 향상, 실시간 경기 중계를 통한 저변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윤 의원은 지난 8년 동안 국민생활체육 인천시 축구연합회장을 맡았지만 축구계 인맥에서 다른 후보에게 크게 밀린다는 평가다.

　◇2중3강 예상..‘합종연횡 불가피’ = 축구협회장에 출마하려면 3명의 대의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5명의 후보 모두 ‘3표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모든 후보가 출마 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2009년 선거 때도 강성종 전 민주당 의원이 출마했지만 추천서를 받지 못해 포기했다.

　축구계에서는 정몽규 프로연맹 총재와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의 2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에서 두 후보가 나머지 후보군을 앞선다는 평가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후보자 등록 기간인 8~14일 사이에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예측도 했다.

　만약 5명의 후보가 모두 추천서를 확보해 1차 투표에 들어가면 표가 분산돼 과반의 표를 얻는 후보가 나오는 게 쉽지 않다.

　후보 등록 과정에서 추천서를 모두 확보하지 못한 후보는 자신과 이해관계가 맞는 후보에게 표를 양보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결국 정 총재와 허 회장으로선 나머지 후보의 표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에 당락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