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간호사가 더 이상 오지 않는 새해
방문간호사가 더 이상 오지 않는 새해
  • 강진성
  • 승인 2013.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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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소속 13명, 계약만료 통보에 복직촉구 기자회견
방문간호사기자회견
3일 오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방문간호 서비스를 받고 있는 이순정씨가 “암으로 힘들어 할때 간호사 덕분에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며 “이창희 시장이 방문간호사를 복직시켜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전원 해고통보 받은 방문간호사=진주시 보건소에서 방문간호사로 근무하는 변영희(48)씨. 변씨의 업무는 생활형편이 어렵거나 거동이 힘든 의료 취약계층의 가정을 방문해 정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하고 돌보는 일이다. 치료를 위해 복지단체와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안내해 주기도 하고 말동무를 하며 그들의 어려운 일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가구수만 500여 가구. 3년 9개월째 이 일을 해오다보니 주민들과 정도 들고 의료복지의 일원이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보람을 느낀다는 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2월 31일로 진주시가 재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문간호사일을 할 수 없는 건 변씨만이 아니다. 그를 포함해 진주 곳곳을 누비던 13명 모두가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대다수 시군은 재계약=밀양시 역시 지난달 채용공고를 냈다 취소하면서 전원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타 시군은 사정이 다르다. 하동과 함안군은 현재 채용공고를 내고 기존에 일하던 방문간호사에 가산점을 주기로 해 사실상 재계약 가능성이 크다. 창원 등 나머지 시군은 지난해 말 재계약을 체결해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진주시와 밀양시의 방문간호사 채용파동 문제는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통합건강증진사업’의 기간제 근로자 고용관련 사항을 긴급지시하면서 벌어졌다. 그동안 방문간호사는 기간제 근로자가 2년 이상 초과 근로할 경우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법의 예외조항에 속했다. 지난달 중순 복지부는 방문간호사 등 근로자 역시 2013년부터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며 각 시군에 지침을 내렸다.
 
방문간호사기자회견4
3일 오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진주시보건소 방문간호사 13명이 전원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함께 참석한 방문간호를 받고 있는 시민들이 이들의 복직을 호소하자 간호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주수영 복지부 건강정책과 사무관은 “지난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안정대책회의 결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 근로자를 해고하는 악용사례를 공공에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논의가 됐다”며 “방문간호사를 포함한 기간제 근로자 역시 무기계약 전환대상에 포함된 만큼 불필요한 해고를 자제해 줄 것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행안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따른 무기계약전환은 총액인건비에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고 안내했다. 주 사무관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좋은 의미에서 내린 지침인데 일선 시군에서 대량 해고를 하는 바람에 난처한 입장이다”고 말했다.

◇시 “해고아닌 계약만료”=진주시는 1년 계약의 기간제 근로가 끝난 만큼 해고가 아니라 계약만료라는 입장이다. 김병성 진주시보건소장은 “정부에서 일자리창출사업으로 고용해 온 것으로 갑자기 전원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며 “올해부터 복지부 지원을 받는 14개 건강증진사업이 통합되면서 변화가 있다. 조만간 필요한 인력에 대해 채용공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그동안 재계약 체결이 형식적으로 이뤄져 왔고 업무형태상 계속근로로 볼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계약만료가 아닌 해고로 봐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강동화 민주노총 일반노조 남부지부장은 “타 시군은 서로 조율을 통해 재고용 하는 등 해결을 했지만 진주시와 밀양시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라는 지침을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도지사도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시군에서도 안정적 일자리 전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광역시 동구보건소의 경우 지난 2일 무기계약으로 전환했고 인근 지역도 추진중”이라며 “단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전환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눈물의 기자회견=진주시 방문간호사 13명은 3일 오전 11시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복직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시가 8000가구에 달하는 건강약자의 배려도 없이 방문건강관리사업을 축소하고 간호사들을 예산 이유로 일방적으로 전원 해고했다”고 말했다. 또 “해고를 철회하고 복지부 공문대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의료약자의 공공의료서비스 차원에서 방문간호사업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장에는 방문간호를 받고 있는 수혜자들이 함께 참석했다. 상대동에 거주하는 이순정씨는 “암환자인 저는 죽고자 마음먹은 때도 있다. 방문간호사가 전화로 안부를 묻고 찾아와주며 보살펴 준 덕에 세상을 살아가게 됐다”며 “이창희 시장은 이들을 복직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시민은 “자식보다 더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방문간호사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도내 시군에는 200여명, 전국으로는 2700여명의 방문간호사가 2007년 부터 기간제 계약으로 근무해오고 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방문간호사기자회견3
3일 오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진주시보건소 방문간호사 13명이 해고를 철회하고 전원 복직시켜 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방문간호를 받고 있는 수혜자들이 참석해 방문간호서비스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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