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교육에서 희망을 찾자
이제 교육에서 희망을 찾자
  • 경남일보
  • 승인 2013.01.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유 (진주교육대학교 총장)
2013년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다. 계는 임(壬)과 함께 검은색을 뜻하므로 60년 만에 돌아오는 ‘검은 뱀’의 해라고 한다. 뱀에 대한 인식은 극단적으로 나뉘는데 유대교, 크리스트교를 믿는 서양에서는 뱀의 이미지가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인 ‘악’의 이미지로 인식된다. 동양에서 뱀은 원초적인 인간의 어둡고 깊은 심층적 심리를 반영하는 동물로 바라보고 있는 반면, 십이지신 중 하나로 윤회, 영생, 풍요와 번영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선거공약의 실천이라는 긍정적 해석이 가능한 서민들의 삶에 희망적인 예산편성 소식이 들려온다. 만 0세부터 5세까지 모든 아동에 대한 보육과 교육비를 보육료나 양육수당의 지급방식으로 지원,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등이 그것이다. 올해 복지예산이 당초 97조원에서 100조원 규모로 불어남에 따라 총 지출예산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보육료는 30만원 안팎에서 매달 지급되며 양육수당은 나이에 따라 매달 10만~20만원 정도 지원된다. 내년도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은 당초예산에 5250억원을 더해 2조7750억원으로 늘려 편성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대학교 등록금 14조원을 기준으로 이 정도의 예산이면 소득하위 70%에 대해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는 수준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도 대폭 강화된다. 한 달 급여가 130만원 이하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기 위해 1400억원이 증액됐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복지정책이 만 5세 이하 아동 보육과 교육비 지원, 반값등록금,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 및 사회보험료 지원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교육복지는 교육혁신을 통한 공교육의 정상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학입시와 대학교육에 예속되어 있는 초·중등 교육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교육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발표한 초·중학교 학생 대상의 국제비교연구 결과는 우리 교육의 현 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학생들은 과목마다 세계 최상위의 성취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학습에 대한 흥미도와 자신감은 50개국 중 48~50위(초등), 42개국 중 38~41위(중등)에 해당하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이는 세계에서 성적이 우수한 우리 학생들이 공부 자체를 지긋지긋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호기심을 갖고 자기 주도적으로 하는 공부와 싫증을 내면서 수동적으로 매달리는 공부는 그 결과에서 차이가 크다. 우리의 교수·학습 문화와 교육과정 및 수업 방식 전반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한 수업보다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하는 수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개개인의 선생님들이 가진 철학과 능력이 수업과정에 녹아들어 분명하게 드러나고 표현되어야 한다. 이는 결국 학벌사회와 대학 서열화 경쟁,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현재의 입시 체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교육 정상화가 힘들다는 의미이다.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이 맞물려 변화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평가관도 바뀌어야 한다. 초·중등교육은 이미 양 중심에서 질 중심의 평가로,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서열화를 위한 평가가 아닌 피드백을 위한 평가로 전환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더욱 질 높은 내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대학들이 이러한 내신 체제를 존중하는 전형방식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맞물린 변화만이 우리의 교육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우리의 학교 선생님들은 이를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집단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표현처럼 교육에서 교사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다.

지금도 교육현장에서는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면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이 맘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이 연계된 변화를 추구해 나가는데 성공한다면 우리 교육의 앞날은 분명히 희망적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