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예산 국회' 비판만이 능사가 아니다
'쪽지 예산 국회' 비판만이 능사가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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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섭 (객원논설위원, 사천포럼 상임대표)
2013년 새해의 태양이 어제와 같이 떴다. 치열했던 선거는 끝나고 또 영남 대통령이 탄생했다. 영남 대통령 50년에는 동서의 갈등과 불균형, 특정지역 출신의 누적된 권력 인맥 등 누적된 폐해가 많았다. 이러한 것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다. 영남정권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서부경남은 낙후의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뼛속 깊이 감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심각한 역차별이다. 지역발전과 낙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지역을 책임진 정치인들의 역량과 노력의 결과로 이어진다. 그 중심에 국회의원이 있다. 국회의원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입법과 정부 예산심의 및 확정, 국정감사·조사 그리고 국민의 청원 수렴이다. 그 중 정부예산 심의는 매년 정기적인 일로 심의가 끝나고 나면 언제나 언론이나 관련 학자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정부 예산안을 처리했다. 헌법에는 국회에 예산안 심의와 확정의 권한과 함께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토록 되어 있다. 헌법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이다. 10년째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어겼다. 그것도 모자라 예산이 통과되자마자 예결위원장 등의 외유성 출국에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지난해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쪽지예산’이 판을 쳐 비난을 받고 있다. 쪽지예산은 지자체, 공공기관, 이익단체 등 지역 민원사업이 당초 예산에 반영 되어 있지 않은 예산을 심의 없이 끼워 넣는 예산이다. 여야는 심의에 앞서 토목공사 중심의 SOC예산은 삭감하고 복지예산은 늘린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우리 사회의 최극빈층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을 지원하는 예산과 국방·안보관련 예산 등을 잘라서 여야 실세 의원들과 예결위원들의 지역구 예산으로 배정했다. 당연히 SOC사업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초생활 수급자에 대한 예산 삭감에 대한 비난 여론이 팽배하자 정부예산 심의가 끝나기 무섭게 추경편성을 통해 보완을 검토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국회의 현주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앞다퉈 정치개혁 방안을 내세우면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과 함께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 전직 의원 연금제도 폐지 등을 약속 했다.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그렇다면 ‘쪽지예산’을 확보한 의원들은 누구인가? 여야의 원내 대표를 비롯하여 예결위원장, 예결위 간사, 친박의 실세 의원들과 야당 실세들까지 판을 쳤다. 언론에서는 구체적인 실명과 예산을 확보한 내용까지 밝히면서 비난한다. 과연 해당 의원들은 언론과 여론의 비난에 난감해 할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지역구 주민들에게는 대환영을 받을 수 있는 ‘훈장’ 같은 일이다. 다음 국회의원 공천에서는 국민 참여경선 도입이 유력하게 대두되는 시점에 지역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쪽지예산보다 더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이다.

이제 고인이 되었지만 제14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정필근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회기 중 한두 번도 하기 힘든 예결위원을 연속 4년을 하면서 소위 ‘쪽지예산’ 등으로 지역의 대규모 사업을 이뤄냈다. 당시 정부의 예산편성 기준에는 엄두도 못 내는 진주-마산, 진주-하동간 국도 4차선 확장사업, 촉석루 미관을 해치는 입구 제일극장과 주변 주택들의 보상으로 정비시킨 촉석루 주변 정화사업, 상평공단에서 지금의 혁신도시를 지나 문산 IC를 연결하는 교량건설, 대곡면 일대 배수개선사업, 진주 외곽순환도로 연결에 필수인 희망교 가설공사 등과 정 의원이 확보한 예산은 아니지만 문산읍에 위치한 모 노인요양원 또한 ‘쪽지예산’으로 확보한 사업이다.

그 당시 마산이나 하동 간의 국도 4차선 확장을 위한 필수조건인 교통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때였다. 불요불급한 지역, 민원사업에 나랏돈을 당겨 쓰는 것은 비난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분이 가진 지역발전의 애정이나 ‘쪽지예산’ 국회의원들의 필사적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도 지역민들에게 찬양을 받을 만한 거대한 ‘쪽지예산’의 확보는 아니더라도 지역민의 성원에 대한 치열한 예산확보의 노력은 보여야만 했다. 주목할 만한 예산확보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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