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교권보호법' 제정이 절실한 때
강력한 '교권보호법' 제정이 절실한 때
  • 경남일보
  • 승인 2013.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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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하동악양초교 교사, 시인)
계사년 새해가 선명한 일출도 보여주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오듯 시작되었다. 슬기로운 동물 뱀해를 맞이하여 삶의 지혜에 대한 각성 때문인지 새해 들어 며칠째 연속적으로 꿈을 꾼다. 뒤죽박죽 섞이는 개꿈이 아닌 지난 일들이 되살아나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상대방의 마음이라든지 그때의 입장과 상황을 보여주는 꿈으로 자꾸만 뒤척이는 것이다. ‘그래~그럴지도 모르지…’ 하면서 깨어나 또 다른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현실에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상대의 깊은 내면까지 무의식 속에서 더듬어진다는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뱀띠로 뱀해를 맞이하며 또 다른 사념에 젖는다.

지금 학교는 방학중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학력캠프와 다문화가정 학습지도, 각종 방과후 교실이며 각종 연수 등으로 거의 매일 출근하고 있다. 갈수록 더 열정적이어야 하고 여느 때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게 작금 우리 교단의 현실인 것이다.

필자의 아이들은 엄마가 많은 시간을 학교일에 붙들리는 걸 보면 교사 직업은 선택하고 싶지가 않다고 한다. 교사란 직업은 아예 희생과 봉사정신을 가슴 밑바닥에 깔아 놓고 시작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줄 알고 숨겨진 본질을 간파하는 통찰력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다. 어떠한 제도의 도입과 사건의 결과에도 긍정적·부정적 작용에 대해 성찰할 줄 알기 때문에 오히려 함부로 의견을 피력하기가 쉽지 않다. 단지 아이들의 사소한 다툼 앞에서도 ‘달걀이 먼저다, 닭이 먼저다’고 따지기 전에 벌어진 일을 해결해 나가는 쪽으로 생각을 모아주길 권할 뿐이다.

무력한 교단이 갈수록 멍들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상식 밖의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현장에서의 교권침해는 상상을 초월해 일어나고 있다. 교사들은 갈수록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이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횡포로 인한 교단 황폐화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것 같다. 일부라고 축소시켜 버리기엔 너무도 만연한 게 교단의 현주소이다. 근원을 따져보고 반성하고 잘해 보려고 애쓰는 것만으로 교권 회복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지금이야말로 좀 더 강력한 방법으로 실추된 교권을 바로 세우고 움츠러든 교원들의 사기를 북돋워줄 수 있는 ‘교권보호법’ 제정이 절실해 보인다. 교단의 권위와 교권이 존중되는 학교문화를 구축할 방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인간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는 국가의 경쟁력이라지만 이러한 환경 속에서 보고 듣고 배우며 인간성을 갖추지 못한 창의적 인재는 국가의 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 이토록 멍든 교단에서 키워지는 미래의 인재들이 과연 무엇을 보고 배울지 심히 걱정이 된다.

필자도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하는 넛지(Nudge)의 교육효과를 앞세우며 실천하려고 애써 오는 사람이지만 교권확립은 더 이상 느긋하게 대응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상부기관에 민원만 넣으면 꼼짝도 못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고 걸려 들기만 하면 왜곡된 민원 올리기로 명예훼손도 서슴지 않는 현시점에서 교권보호에 대한 제대로 된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한 것이다.

/최숙향·하동악양초교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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