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답변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답변
  • 경남일보
  • 승인 201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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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답할 이유가 없는 한심한 질문에 대해 답변해야 할 때가 더러 있다. 최근에 불거진 일본인들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답변이 그것이다. 질문은 궁금한 문제의 사실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되지도 않는 질문도 많다. 되지도 않는 질문은 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 일부러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하는 질문에는 무얼 파악해 보려는 엉큼한 속셈이 숨어 있다. 한마디로 다시 한 번 독도를 가지고 쟁점화하려는 치졸스러운 술수에 걸려 들게 하려는 셈법이 있다.

어리석은 질문은 답할 가치도 없다

한 일본 대학의 연구소가 독도 영유권과 관련된 설문조사에서 일본인들 중 67%가 독도를 자기 영토로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언론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설문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도가 불순하거나 왜곡된 연구결과이다. 결론적으로 연구자는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영유권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그러한 해석을 내놓은 장본인이 일본의 대학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는 한국인 교수라는 점에서 특히 유감이다. 하지만 설문결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우리를 자극하는 결과라도 상대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내놓은 결과는 사실의 진위를 떠나 견고한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견고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한참 독도문제가 쟁점화하고 있는 시점에 한정된 설문결과라는 점이다. 이 설문조사는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불거진 독도 영유권 문제를 한창 분쟁이 일던 전후에 이루어졌다. 특히 조사기간은 TV화면에서 우리 시민단체가 관을 들고 행진하는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한창 중계되던 시기였다. 실제로 많은 일본인들이 자민당 의원의 사진과 일장기를 불태우는 장면을 보고 영유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설문조사 결과 90% 이상이 독도문제에 관심을 보인 것과 그중에 2/3정도가 일본 땅이라고 답한 것은 대수롭지 않은 결과이다. 더욱이 1/3의 일본 사람들은 독도가 일본 땅인지 인식조차 못하고 있지 않은가.

소식은 당시의 여론을 지배한다. 그렇다고 진리는 아니다. 연구자는 여론조사 성격의 결과를 가지고 진실이라고 결론짓고 있으나 연구결과가 보편타당한 신뢰를 얻으려면 흔들리지 않는 진실을 추적한 것이어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불편하지만 진리로 받아들일 만해야 가치 있는 결론이다. 만약에 그와 같은 질문을 우리나라에서 똑같이 하면 100%가 ‘독도는 우리 땅이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 자명하다. 아무리 세상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도 우리는 그런 ‘우스운 질문’을 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진리를 말하는 것이다. 역사적인 관점뿐 아니라 생활 문화사적인 관점에서 조용하면서 강한 진리를 말하는 것이다. 독도가 옛날부터 울릉도 사람들의 삶터인 증거는 가시권 안에 있다는 점이다. 가시권 안에 있는 독도는 울릉도 어부들의 훌륭한 어장기지였다. 설령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이라 해도 고기잡이를 위해 수월하게 오갈 수 있는 지리적 생활권이었던 셈이다. 울릉도 어민들은 예부터 1월부터 4월은 전복, 소라를 채취하고 볼락을 잡는다. 4월 말께에는 전마선을 타고 나가 낫으로 미역을 채취하고 김은 아예 손으로 채취해 왔다. 6월에는 꺽두구를, 7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오징어와 문어를 잡아왔다. 울릉도 어부라면 누구나 고기가 서식하는 해저지형의 바위 생김새인 ‘걸’에 대해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훤하게 꿰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증거 이외에 어떤 다른 증거가 필요한가. 울릉도의 독도박물관에 가보라. 일 년에 60일은 독도를 잘 볼 수 있다. 특히 10월이면 가시거리가 명확해서 독도가 선명하게 시야에 잡힌다.

울릉도서 보이는 독도가 진리이다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에 답하려면 곤욕스럽다. 우리를 자극하는 정보는 우리의 심경을 불편하게 한다. 그러한 불편한 심경이 민감한 부추김의 원인이 될 경우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처를 덧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하고자 한다. 우리는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인지 우스운 질문을 하지 않는다. 만약에 왜 영토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느냐고 부추기려 들면 우리는 ‘답할 가치가 없는 상관 없는 일에는 상대 안한다’고 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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