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벼워진 생각의 공유
너무 가벼워진 생각의 공유
  • 경남일보
  • 승인 201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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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경남과기대 신문사 편집국장)
지금 인터넷은 바야흐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누리소통망)의 시대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 가능하고, 사진과 동영상 등을 업데이트하거나 감상하면서 다양한 정보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사회적 공인이나 유명인들은 SNS를 통해 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회사와 기업은 친구로 추가된 소비자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친구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거나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이념이 다른 누구와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보다 다양한 콘텐츠, 쉬운 접근성, 가까운 주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 간의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가 긍정적인 영향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었다. 일상생활에서 상대와의 대화가 줄어들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행동하며 자의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등등. 여기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한 가지 더하자면 바로 가벼워진 생각의 공유이다. 옛 속담이나 명언을 보면 ‘말’에 관한 이야기가 참 많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든지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등의 구절들은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은 항상 생각을 거듭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뜻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일상에서 우리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인터넷상에서는 그것을 글로 표현한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제18대 대통령 선거 시기였다. 흔히 정치이념으로 구분 짓는 진보와 보수의 싸움은 인터넷상에서도 이뤄졌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상대후보를 깎아내리는 일명 ‘카더라 통신’(‘~하더라’라는 근거 없는 소문의 출처)이 판을 쳤고, 그러한 글들에 쉽게 선동된 일부 네티즌들은 평소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정치 그리고 역사문제를 제기하며 서로 헐뜯기를 계속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나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앞서 말한 대로 누군가의 색깔론적인 글을 읽고 순간적인 정의감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잡은 키보드, 그것은 결코 ‘주관’이 아니었다.

포털사이트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을 보면 그것에 관련된 SNS의 글들이 함께 검색되곤 한다. 단순히 기사를 공유하기 위해 올린 글들과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을 적은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간혹 그것에 대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피력해 다른 이용자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그것이 옳고 그름을 확실히 따질 수 있는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며 상대 입장을 비난하는 글들을 보면서 나는 ‘이것이 과연 표현의 자유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시간으로 글을 보고 올릴 수 있는 SNS의 특성상 인터넷상에서 글을 쓰고 주장을 제기할 때 깊게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빠르고 편리한 소통의 문화가 마련되었더라도 우리가 글을 올리기 전 한 번 더 깊이 생각하고, 진정한 소통의 자유에 대해 깨닫지 못한다면 지금의 SNS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불특정 다수와의 교류는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발달된 문화만큼이나 성숙한, 일상생활에서 타인을 대할 때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생각의 공유가 인터넷에서도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태경·경남과학기술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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