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희망찬 새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2013년, '희망찬 새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 경남일보
  • 승인 201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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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부설 성폭력상담소장)
2013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10일이 지났다. 새해라고 1월 1일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마음을 모으기도 했지만, 어쩐지 올해는 ‘희망찬 새해’라는 말이 입에 잘 오르지 않는 것 같다. 그런 까닭 중 하나는 새해 벽두부터, 아니 세밑에서부터 이어지는 슬픈 소식들이 많은 것이 아닐까 한다. 유난히 추운 이 겨울에 철탑과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 오랜 해고생활 속에서 자신의 삶을 놓아버린 노동자들, 갑자기 해고통지를 받고 우는 노동자들의 소식이 2013년을 희망으로 말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인 듯하다.

많은 사람들을 희망보다는 절망 속으로 내모는 사회적 요인 중의 하나는 일자리가 안정되지 못하다는 것일 것이다. 일자리의 불안정은 내일을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이는 내일을 꿈꿀 수 없게 한다. 더욱이 해고된 상태로 혹은 비정규직의 상태로 회사 또는 국가와 싸우다 죽어간 노동자들, 철탑 위에 오른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이러한 절망을 더욱 깊게 한다.

얼마 전에는 진주시에서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던 방문간호사들이 전원 계약만료 통지를 받고 기자회견을 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소와 안정적인 사업추진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계약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총액임금제 등 지자체의 예산문제와 충돌하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계약만료 통고를 받은 방문간호사들, 노조관계자들 그리고 진주시 의원들은 방문간호사업의 중요성과 그간의 성과를 제시하면서 방문간호사 13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복직시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은 경상남도가 정부의 무기계약직 전환시점을 2년 후인 2015년으로 연기하면서 예년과 같이 방문간호사를 기간제로 채용하겠다고 하고 진주시 역시 기간제 계약직 채용공고를 내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구절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를 구성하고 그 사회가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 국가기관 혹은 지자체, 공공기관이 존재한다면 그곳에서 하는 모든 일은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예산으로 일컬어지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고 판단하여야 한다. 시장만능주의 사회에서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여 힘들어 하는 일이 있더라도 적어도 우리 시민들의 삶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 혹은 지자체, 공공기관은 우리 시민을 중심에 두고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그곳들은 우리 시민들이 마지막으로 비빌 언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실정을 살펴보면 국가기관, 지자체, 공공기관의 많은 직종이 비정규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번 방문간호사 문제처럼 자신들의 생각이나 감정 등에 대한 아무런 배려 없이 하루아침에 계약만료(해고) 통지를 받게 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물론 국가기관이라 하더라도 예산이 부족하거나 사업의 우선순위 혹은 사업의 지속성에 따라 사업을 축소할 수도 있고 기간제 직원을 채용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혹은 어쩔 수 없이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도 ‘사람’에 대한 태도에 따라 결정을 수긍할 수도 있고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해고를 하는 경우에도 ‘사람’을 중심에 둔다면 숫자계산과 손쉽고 편리한 스마트폰 문자를 통한 해고통보가 아니라 해고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강구한 후에 해고당하는 사람이 받을 상처를 공감하고 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국가기관에 의한 해고는 아니지만 구조조정이라는 숫자놀음에 치여 해고를 당하고 아픔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사람’을 중심에 둔다면 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먼저 들으려고 해야 할 것이다.

새해를 맞으면서 우리 사회에 ‘사람에 대한 예의’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2013년도, 2014년도 희망 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하다. 새 대통령을 맞게 되는 2013년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회복되는, 그래서 희망을 품게 되는 한 해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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