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만난 곶감 '고운 빛 달콤한 맛'
매실만난 곶감 '고운 빛 달콤한 맛'
  • 강진성
  • 승인 201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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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영성공스토리]하동대봉곶감 해들촌 김태형 대표
하동곶감김태형
대봉곶감을 생산하는 해들촌 김태형 대표가 건조장에서 곶감을 살펴보고 있다. 직접 친환경재배한 대봉감만 사용하는 그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아황산가스가 아닌 매실살균처리 특허기술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곶감을 생산하고 있다.
 
 
섬진강이 내려보이는 하동 악양의 산 중턱에 들어서자 김태형(45) 해들촌 대표의 대봉곶감 건조장이 나온다. 얇게 옷을 벗은 대봉감이 주홍빛 속살을 드러낸채 천정에서부터 송송이 매달려 있다. 5만여개의 대봉곶감은 마치 보석을 매달아 놓은 것 처럼 장관이다. 대봉곶감 하나가 70g정도 나가니 3.5t이 걸려있는 셈이다. 감 껍질을 벗긴 다음에 곶감을 만드는 것은 오롯이 자연의 몫이다. 12월 말부터 얼려다 녹였다를 50일 반복하면 말랑말랑해 아이들도 먹기좋은 반건시 곶감이 된다. 이번 겨울은 워낙에 추워 10일 정도 더 있어야 제대로 된 맛과 촉감이 나온다. 곶감이 완성되는 1월 하순에서 2월 초순이면 설날물량으로 전량 출하된다.

김태형 대표의 곶감은 대봉감으로 만들다 보니 알이 굵다. 곶감으로 주로 사용되는 고종시나 둥시 품종에 비해 당도가 높다. 고종시 곶감이 30브릭스인 반면 대봉곶감은 35브릭스까지 나간다. 당도가 너무 높다보니 가끔 설탕을 바른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대부분 맛을 보시면 좋아하시는데 너무 달다고 싫어하는 분도 계시더군요.(웃음) 곶감 중 당도는 대봉감이 최곱니다”

김 대표는 대봉감을 8250㎡(약 2500평)의 과수원에서 친환경으로 직접 재배한다. 과수원은 대봉감 재배지로 최고라는 하동 악양에 있다. 지난 1995년 고향 악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과수원을 물려받는 그는 당시 농촌지도소의 권유로 친환경재배에 뛰어 들었다. 환경운동을 해 왔던 터라 관심도 있었다. 하지만 친환경 인증제도가 2000년에 생겼으니 당시는 친환경 개념이 생소했던 때다. 농약을 대신할 약제도 없었고 기법도 없었다. 배울 곳이 없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첫 친환경농사 결과 농약을 사용하는 기존의 관행농법에 비해 생산량은 50%밖에 안됐다. 친환경재배는 상품성도 낮아 공판장에 가봤자 제값을 못 받았다. 보기엔 안좋아도 몸에 좋다는 말을 해봤자 농사를 모르는 철부지 취급받았다.
 
하동곶감
하동 악양에 자리잡은 해들촌 김태형 대표의 건조장에 대봉곶감이 매달려 있다. 12월 중순 건조에 들어간 곶감은 얼렸다 녹였다를 50여일간 하면 먹기 편한 반건시가 된다.


그는 감뿐만 아니라 매실, 배 등 친환경 품목을 늘려나갔다. 친환경 작목반부터 시작해 하동지역 친환경재배인증자모임을 결성해 사무국장을 맡았다. 2000년 당시 그는 판로개척을 위해 전국을 누볐다. 지금은 동원그룹에 인수된 친환경 농산물 유통회사 ‘이팜’과 연결이 닿았다. 이후 일일 술술 풀렸다. 이듬해인 2001년 생협과 초록마을에서 접촉이 왔다. 친환경재배 농가가 별로 없다보니 생협에 1.5t만 납품했다. 친환경농산물 유통업체 빅3와 모두 체결한 그는 이후 친환경재배농가와 힘을 합쳐 하동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조합법인은 덩치가 커져 얼마전 2개로 나눴다. 지난해 2곳 법인에서 생협에 납품만 친환경농산물은 150t. 첫 거래량에서 꼭 100배가 늘었다.

“농사 아무리 잘 지어봤자 팔지 못하면 소용없어요. 친환경농산물은 공판장 넘겨봤자 제 값 못받아요. 죽어라 유통업체 찾아다니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어요.” 판로개척에 일찍 뛰어던 김 대표의 판단은 옳았다. 친환경유통업체들에 사업초기부터 납품하며 신뢰를 쌓았다. 2000년 중반 웰빙열풍이 불면서 친환경농산물이 쏟아졌지만 이미 김 대표와 지역 농업인의 농산물이 선점하고 난 뒤였다.

그는 2010년 특허를 통해 안심하고 먹는 곶감을 만들게 됐다. 사실 국내 대다수 곶감농가는 건조에 들어가기 전 색이 검게 변하는 것을 막고 곰팡이를 막기위해 유황 훈증을 많이 한다. 여기서 발생되는 아황산가스는 인체 유해성 논란이 과거부터 있어왔다.

김 대표는 그의 아들 기명씨와 함께 매실원액을 곶감에 뿌린 결과 붉은 색상을 유지하고 떫은 맛을 내는 탄닌성분을 없애주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2011년 이 기술을 인정받아 특허청 등록을 마쳤다. 그가 생산하는 곶감 이름을 ‘유기농 매실을 머금은 하동대봉곶감’으로 지은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그는 개인 직거래량이 없을 정도로 판로가 탄탄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업체에 모두 물건을 댄다. 그는 농업인들에게 혼자 말고 여럿이서 고민하라고 충고한다. “혼자서 농사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생산량이 적으면 유통회사와 거래 터기가 어렵죠. 주변에 농사하는 사람들과 뭉치세요. 함께 모여서 판로개척을 하면 살길이 보일겁니다.” 끊임없이 배울것도 주문했다. “농사기술 배우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말고 가세요. 저는 전국 유명 감농가는 다 알정도로 다녔습니다. 배우지 않으면 따라가지 못합니다.”

김 대표는 농사는 할만한 직업이라고 믿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국농수산대학을 다니고 있는 큰아들 기명씨는 졸업하면 가업을 물려받게 된다. 김 대표는 아예 큰아들이 고교 진학할때부터 가업을 물려받을 것을 염두했다. “젊은 사람들이 농사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농업에 희망이 있지요.”

 
 
하동대봉곶감
해들촌 김태형 대표가 생산하는 대봉곶감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아황산가스가 아닌 매실살균처리 특허기술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곶감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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