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배달 봉사에 중독됐어요"
"도시락배달 봉사에 중독됐어요"
  • 정원경
  • 승인 2013.01.1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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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2013]사람에게서 희망을 찾다
독거노인에 도시락 전하는 방애희·김을년씨
▲십수년째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는 진주참사랑봉사단 소속의 방애희(사진왼쪽)씨와 김을년씨가 진주시 옥봉동 골목에서 도식락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오태인기자
 
연탄이 없어 두꺼운 이불에 의지해 매서운 한파를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든든한 밥 한끼로 작은 희망이 돼주는 사람이 있다. 궂은 날씨에도 십여 년을 한결같이 독거노인을 위해 도시락 배달을 해 온 방애희(53)·김을년(49) 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폭설로 길이 꽁꽁 얼어붙은 날에도 매주 화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도시락 배달을 위해 집을 나선다. 이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진주평거종합사회복지관이다. 복지관 안에는 또 다른 봉사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이 도시락 가득 담겨 있었다. 도시락이 완성되자 배달을 맡은 봉사자들이 걸음을 재촉했다. 애희씨와 을년씨도 점심시간 전에 도시락을 전달하기 위해 서둘러 나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진주평거종합사회복지관은 자원봉사자 20명이 2인 1조로 나뉘어 상봉서동, 옥봉동, 판문동 세 지역의 독거노인 50가구를 대상으로 도시락 배달을 한다. 그들이 도시락 배달을 맡은 곳은 옥봉동이다.

“맛있게 드세요.” 대문 안에서 들리는 을년씨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도시락을 전달받은 김씨 할아버지가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십년을 넘게 함께해 온 만큼 두 사람은 찰떡궁합이다. 애희씨가 운전을 맡고 을년씨가 도시락을 전달한다. 주차 하기 쉽지 않은 곳은 이렇게 을년씨 혼자 도시락 배달을 한다.

애희 씨는 14년, 을년 씨는 12년 차로 도시락 배달에 베테랑이 다됐다. 오랜 시간만큼이나 사건·사고도 많았다. 그 중 날씨는 가장 큰 복병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야 해요. 저희를 기다리는 분과의 약속이니까 안 지킬 수가 없어요. 그래도 저희는 운이 좋았어요.” 운이 좋았다는 건 궂은 날씨도 그녀들의 도시락 배달 시간만큼은 피해 갔다는 것.

“눈이 오다가도 배달할 때면 눈이 그치거나 적게 오고, 여름에도 장마가 잠시 쉬어갔던 것 같다”며 애희씨가 웃었다.

이젠 자매같은 이들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고교 선후배끼리 진주시 참사랑 봉사대를 설립하게 되면서 만나게 됐다는 이들은 망경동 무료 급식소에서도 어르신 식사대접, 독거노인 밑반찬과 점심 도시락 배달, 목욕봉사 등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도 중독인 것 같아요. 봉사활동을 하면 보람도 느끼고 제 삶에 감사할 줄 알게 됐어요”라고 입 모아 말했다.

봉래동을 지날 즈음 애희씨가 열쇠를 찾았다. 폐지를 줍는 이씨 할머니 집을 방문하려면 창고열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안계셔 도시락을 문 앞에 걸어 놨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도시락을 훔쳐간 뒤로는 할머니가 창고열쇠를 맡겼다.

또 다른 집에 들어서자 여든 다섯 살의 할머니는 애희 씨와 을년 씨를 보자 환하게 웃었다. 애희 씨가 점심을 가져왔다고 인사하며 몸은 어떤지,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었다.

할머니는 “사람이 없다가 이렇게 오면 좋다” 며 돌아가는 이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을년 씨는 “이렇게 도시락 배달을 하다 보면 얘기를 많이 못 나눈다”며 “점심을 기다리는 또 다른 분들을 위해 걸음을 재촉하게 된다”고 말했다.

평소 하루에 19가구에 도시락을 배달했지만 지금은 11가구를 돌고 있다. “노인분들이다 보니 몸도 많이 아파 병원에 입원을 하거나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기 때문”이라고 애희씨가 말했다.

을년씨는 “저번 주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아 이젠 도시락 배달 안 가도 된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며 “웃으며 저희를 기다리던 그분을 못 뵙는다고 생각하니 부모님이 돌아가신 만큼이나 슬펐다”고 했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식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어떤 봉사가 있는지,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저희는 봉사활동을 하니까 아이들에게 봉사활동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고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알려 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방학이 되면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도시락 배달에 나선다고 한다. 애희씨는 “도시락 배달을 해 본 아이들은 자신이 작은 것에 투정부리고 했던 일에 반성하고 자기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며 “우리 아이도 경험하고 나서야 엄마가 하는 활동에 대해 이해 폭도 넓어지고 배려심도 길러졌다”고 웃음 지었다.

그들은 자원봉사에 있어서 수혜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그들이 느끼는 수치심을 감싸주고 따뜻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애희씨와 을년씨는 앞으로도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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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2416 2024-01-31 22:13:16
http://kin.naver.com/qna/detail.naver?d1id=12&dirId=1206&docId=357444742&page=1#answer2 9.13.20시 목원대 이희학 총장과 직원들..20일엔(정의당?)당원들 대전역 급식 봉사!근데 난 오뎅국 안먹어요.수산물이잖우~ http://kin.naver.com/qna/detail.naver?d1id=4&dirId=40502&docId=448690803&page=1#answe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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