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위주는 복지부동을 낳는다
처벌 위주는 복지부동을 낳는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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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사무총장)
요즘 도청에는 청렴도 평가순위 때문에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다. 심지어 순위를 올리는 게 주된 목적인 것 같은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순위의 순기능까지 비난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매년 중앙행정기관을 포함해서 470여 개의 지자체, 공공기관, 공기업을 대상으로 청렴도 평가를 10년째 실시하고 있다. 2008년 평가에서는 전국의 16개 시·도 가운데 경남이 5위였다. 당시에는 상당히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다음 해인 2009년에는 꼴찌인 16위, 2011년에는 13위를 하더니만 이번에는 다시 두 단계가 내려간 15위를 했다.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면 정책 평가는 높았는데 외부청렴도의 금품·향응 제공과 내부 청렴도의 예산 부당집행이 주원인이었다. 평가체계는 7개 부문, 28개 단위과제, 61개 평가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평가 항목에는 반부패 추진과제의 적절성, 실현가능성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처벌 위주이거나 백화점식 대책만으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청렴 옴부즈만, 민관협력거버넌스 운영이라는 평가항목도 있는데 경남도에는 이 제도가 도입되어 있긴 하지만 운영실적이 없어서 이 항목 역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홍준표 지사는 취임식에서는 깨끗한 도지사가 되겠다고 하였고 시무식에서는 공무원은 거짓과 숨김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며칠 전에는 비리가 없어질 때까지 감사 결과에 따라 경중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심지어 금품수수는 무조건 고발하겠다고 하였는데 지난 2010년 7월에 만든 경남지방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고발 세부지침이라는 게 있어서 반드시 고발해야 되는 내용이 열거되어 있다. 일벌백계, 신상필벌은 대단히 중요하다. 단체장의 의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 항목에 포함되어 있을 만큼 중요하다.

후속조치들이 잇달아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월 31일에는 청렴도 향상 5대 대책을 발표했다. 감사공무원 수를 늘리고 강도를 세게 하고 횟수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고강도 처벌만으로는 안 된다.

‘논어’에는 ‘백성들을 법령으로 이끌고 형벌로 단속하면 백성들이 처벌을 면하려고만 하고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했다. 요샛말로 복지부동이다. 복지부동은 공무원 사회를 경직되게 할 것이며 그 영향은 결국 도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강하게 처벌하는 것과 함께 밖에서도 안이 잘 보이게끔 맑게 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개방형 감사관제도에 민간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직급을 2~3급으로 상향조정해야 된다. 둘째,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도 포함되어 있는 합의제 감사기구를 도입해야 된다. 현재 제주도, 충청남도, 안동시, 무안군, 완주군, 고창군 등에서는 감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셋째, 훈령에 근거하여 시행하고 있는 청렴옴부즈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례를 제정해야 된다. 비상근으로써 사실 확인, 권고, 감사 요구만을 할 수 있는 옴부즈만은 실효성이 없다. 상근하면서 조사, 감사, 조정, 중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주민감사청구조례에 근거하고 있는 시민감사관 제도도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한다. 시민감사관은 조사와 감사를 실시할 수 있긴 한데 임기가 사건 개시일부터 종결하는 시점까지로 되어 있다. 따라서 주민감사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시민감사관 위촉은 하지 않는다. 이제껏 받아들여진 주민감사청구가 없으므로 시민감사관 역시 위촉해 본 적이 없다. 있으나 마나이다. 따라서 임기가 연수로 보장되어야 한다. 다섯째, 정보공개와 공시제도의 폭을 넓혀야 한다. 최근 창원시는 전 부서의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시책추진비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계약과 입찰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2005년 8월에 기관, 단체장들이 모여서 약속한 경남투명사회협약의 이행 여부를 평가하고 도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전체 35조로 구성되어 있는 협약은 공공부문, 의회, 교육, 지역경제, 시민사회 등으로 나누어 실천할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32조에는 매년 각 부문별로 평가하고 보고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제껏 한 번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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