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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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3.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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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 (경상남도교육청 장학관)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을 만난다. 사람은 생각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모여서 생활하는 동물로 설명된다. 이 세상에 닮은 사람은 있겠지만 같은 사람은 없다.

우리는 다양한 얼굴을 대하며 살아간다. 볼수록 편안해지는 얼굴, 보고 싶은 얼굴은 어떤 모양일까. 얼은 정신 또는 마음, 굴은 산이나 땅 밑을 뚫어 만든 길로 ‘얼굴’이란 영혼이 드나드는 통로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얼굴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인생길의 끝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얼이 빠졌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아무 생각 없이 시간에 끌려만 가는 사람을 지칭한다. 따라서 얼차리기는 정신을 채우는 수단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얼굴을 어떤 모양새로 살아가야 할까.

백범 김구 선생은 과거 시험에 대한 불쾌한 느낌과 비관적인 생각으로 서당공부를 그만두고 한때 관상공부에 몰두하였다. 아버지께서 ‘마의상서’ 한권을 빌려주셔서 독방에서 공부하였다. 관상서를 공부하는 방법은 먼저 거울로 자신의 상을 보면서 부위와 개념을 익힌 다음, 다른 사람의 상으로 확대·적용해 가는 것이 첩경이다.

백범 선생은 두문불출하고 석 달 동안이나 자신의 얼굴을 살펴 보았다. 인상은 천하고, 흉하기까지 하여 못난 얼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장에서 얻은 비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상서를 공부하였는데 오히려 그 이상의 비관에 빠져 버렸다.

그러다 ‘상서’ 중에 ‘얼굴이 좋은 것이 몸이 좋은 것만 못하고 몸이 좋은 것이 마음이 좋은 것만 못하다(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라는 구절을 읽고 마음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았던 그는 비록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을 만한 위엄과 미소를 머금는 듯한 인상으로 바뀌었다.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는 얼굴은 사람이 살아온 여정뿐 아니라 미래까지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의 외형에서 드러나는 미추에 상관없이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인상이 바로 그 사람의 인격이 되는 것이다.

이제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시대이다. 미인의 척도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나름대로 심사관점을 말하라고 하면 미간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미간은 좌우 눈썹 사이의 편평한 부분을 말하는 데 얼굴의 중심이다. 이 부위가 깨끗하면 보는 사람 마음도 편안해지고 말을 걸고 싶어진다.

볼수록 편안한 얼굴이 되는 요건은 독서와 소통이 아닐까. 책을 마음의 양식이라고 말한다. 마음은 책을 먹고 생기를 지켜 나간다. 독서는 마음의 밭, 곧 생각을 닦는 작업이다. 땅을 갈아 이랑을 짓고 풍토에 맞는 씨를 뿌려야 좋은 결실을 얻듯이 생각의 결이 잘 정돈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은 거짓말이 없다고 한다. 바른 말은 정신이 담기고 바른 표현을 얻어야 온전하다. 바른 말로 대화를 하면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이 같은 사람은 온화하고 위엄이 넘쳐 끌리는 얼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학생은 하루의 대부분 선생님 얼굴을 대하면서 생활한다. 보는 것도 학습이 된다. 그들에게 계사년에도 변함없이 깨끗한 미간을 보여주도록 노력하자.

/안명영·경상남도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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