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원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오후 5시 퇴근시간, 용마산도서관서 공부하다 자유수출지역 정문에 시선이 꽂힌다. 수천 명의 근로자가 한꺼번에 홍수처럼 밀려 나오는 것을 보고 “저 많은 사람들은 직장이 있어 퇴근도 있지만, 나는 출근도 퇴근도 없는 무위도식의 신세!” 그것은 무기력 그 자체였다.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한 시니어(70세)가 “눈 뜨면 출근할 직장(시니어클럽)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보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니트(Neet)족’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니트 족이란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면서 직업훈련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무리를 뜻한다. 그들을 ‘비참한 휴식자’라고 부르고 싶다. 대학졸업 후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장기간 실업상태에 돌입하면서 생겨난 무기력증은 노동시장 진입불안과 낮은 자존감만 그들에게 안겨 주었다. 누구나 놀고먹는 것은 비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노는 것은 비참한 휴식이므로 당당히 일해서 얻은 대가가 정직하고 떳떳하다는 것을 알게 하며, 신선한 일과 달콤한 휴식의 가치를 맛보게 해주어야 한다.
일은 성실과 신실에게는 친구가 되어 주지만 무위도식과는 상종하지 않으려 한다. 일이 없으면 휴식도 없으며 휴식은 일을 위한 것이다. 때로는 일의 무리수 때문에 휴식을 생략하려 해서도 안 되며, 휴식의 달콤함을 일한 사람에게 반드시 돌려주어야 한다. 일과 휴식의 진정한 가치는 한마디로 열심히 일하고 멋있게 쉬는 것이다. 그 조절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므로 아무도 대신해 주지 못한다.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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