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2013] 기부문화에서 희망을 찾다<2>
[희망2013] 기부문화에서 희망을 찾다<2>
  • 임명진/정원경
  • 승인 2013.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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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기부문화' 인식개선 필요
“10년 전에 비하면 많은 분들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걸 느낍니다. 예전에는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래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서부지역본부 나눔복지사업팀 차은화 팀장은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부에 대한 인식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기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에 본보는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 그 두 번째로 일선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복지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이 현장에서 겪은 고충과 애로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기부문화 활성화 방안을 들어봤다.

◇언제까지 쌀, 라면, 김치만 기부(?)

이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기부문화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기부를 하고자 하나 어디에 어떻게 해야 될지 그 방법을 대부분 잘 모르고 있는 경우다. 두 번째는 불신감이다. 자기가 낸 후원금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지 그 투명성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난제를 단시일 내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본다면 기부도 이제는 체계적인 기부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기부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기부문화가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펀드레이저가 보편화돼 있다. 펀드레이저는 사용될 기금의 목적과 필요한 자금규모를 분석해 개인과 단체의 기부활동을 독려하고 기부가 이뤄지도록 기획하는 전문가를 일컫는다. 이른바 기금 모금활동 전문가를 말한다. 펀드레이저는 자선, 구호단체나 대학, 환경·종교단체, 의료·학술단체, 문화·예술단체 등 각 영역에서 모금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활동한다.

미국 대학의 주수입원 중 하나로 기부금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펀드레이저의 역할이 막중하다. 우리나라도 최근 각 분야에서 펀드레이저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감정에만 호소하는 모금에 한계를 느끼고 보다 세련되고 체계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단체인 어린이재단 경남서부지역 본부의 경우도 펀드레이저 성향을 지닌 전문가들이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들 복지단체에 기부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처럼 연말연시면 기업과 기관, 종교 시설들의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후원 대상자의 수요를 묻기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품목을 지정하고 이를 기부하는 형태다. 이에 기부물품이 사진촬영 등에 용이한 쌀과 라면 등에 집중되면서 기부물품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도 이제는 정확한 정보전달과 방법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차은화 팀장이 속한 나눔복지사업팀의 주요 역할은 개인·단체·기업 후원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통해 기부가 지속적으로 제대로 쓰여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양승만 대리는 “예전에는 단순히 후원자의 욕구에 맞춰 모금액이 집행됐지만 지금은 대상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부분에 사용될 수 있도록 상담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중복지원을 막고 후원자분의 기부가 최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후원자분과 컨설팅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부 참여자의 변화된 인식도 전문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차은화 팀장은 “이제는 기부를 하는 개인·단체·기업 등의 후원자들도 일시 기부가 아닌 본인들도 활동하면서 기쁨도 느낄 수 있는, 자기가 후원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 눈으로 보여주고 같이 체험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의 경우 일부러 시간을 내서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는 않기 때문에 기부 의향이 있는 이들을 기부 참여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의 마련 등이 점점 중요시되고 있다.

◇기부를 바라보는 삐뚤어진 시선

앞서 본보는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세계 각국과는 달리 기업의 비중이 전체 기부금액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원을 줄이거나 끊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도내의 경우 중소기업이 밀집한 창원 등지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관련 복지기관들도 애를 먹고 있다.

그러나 개인기부의 경우 충성도가 높아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기부문화의 조성을 위해서는 먼저 소액 개인 기부자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한다.

이들은 “기부라는 자체가 많은 금액을 일시적으로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 “적은 금액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후원 대상자의 상대적 박탈감 해소 등에도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런 성실한 개인 기부자를 발굴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편견과 시선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소기업이나 개인 기부자를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후원을 하는 것을 옆 사람이 알면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요. ‘돈 좀 버는가 보네, 장사가 좀 잘되는 갑네, 지가 얼마나 돈을 번다고’ 이런 말을 듣기 싫어서 후원을 안 하신다고요.”

실제 도내의 경우 연간 1억원이 넘는 고액 기부자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기부자의 경우 이런 삐뚤어진 외부의 시선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차 팀장은 “아직까지는 우리의 기부문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먼저 기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따듯하고 우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부는 나눔의 실천

기부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기부에서 금품은 가장 낮은 단계, 그 다음 단계가 시간이나 자기노력의 희생인 봉사, 그 위에 헌혈 등 신체의 일부 그리고 입양 등의 자기인생의 실천 등을 꼽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기부에 인색했던 것은 기부에 대한 깊은 고찰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많은 이들은 어떻게 기부를 해야 하는지 막막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언론이나 직장, 학교, 종교단체에서 알게 됐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현금이나 물품을 기증하는 일회성 기부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직접 봉사도 하며 참여를 원한다 할지라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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