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환경정책 방향
새정부의 환경정책 방향
  • 경남일보
  • 승인 2013.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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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2013년 첫 일출 이후 보름이 지났다. 하루는 아침의 마음가짐에, 일 년은 신년 계획에 달려 있다고 한다. 새해를 맞이하여 공직 입문 시에 세운 초심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사기(史記)에서도 처음의 작은 차이가 나중의 큰 차이를 만든다는 뜻의 ‘호리천리(毫釐千里)’라는 말로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 달 남짓 있으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출범 초기에 정한 정책방향에 따라 5년 뒤의 성과가 크게 달라지기에 세심하고 진중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간의 정책을 계승·발전한다는 측면에서 환경정책에서도 몇 가지 점을 중요하게 꼽을 수 있다.

먼저 환경위험(Risk)으로부터 안전한 생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작년 추석 무렵 구미시에서 불화수소가스가 누출되어 많은 분들이 건강상·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작업장의 작은 부주의가 큰 환경사고로 번질 수 있음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구미 사고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최근 경산시에서도 염화수소가스가 누출된 사고가 일어났다. 화학사고에 대비한 시스템 확립이 시급한 과제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안전이 전제되지 않은 행복은 있을 수 없다. 공장 계획단계에서부터 안전대책을 의무화하고 사고발생 시 현장상황을 총괄·지휘하는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하는 등 화학사고 관련 전담 법률을 조속히 제정해야 할 시점이다.

안전한 생활환경은 준법정신에 그 기반을 둔다고 본다. 작년 상반기에 환경부가 오염물질 배출업체를 지도·점검한 결과, 무려 52%가 환경법령을 어기고 있었다. 국민을 위한 환경법이 과반의 관계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악법(惡法)이 된 셈이다.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규제를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환경규제는 쾌적한 생활을 누리게 하는 토대가 된다.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질수록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환경분야 규제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좋은 규제는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환경기준 강화가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 오염물질 배출업체의 환경 책임성을 강화하고 정부의 지도·점검체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차원에서라도 환경법령을 준수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엄정한 집행을 통해 법질서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저탄소 경쟁력’을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추진할 시점이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보면 우리나라는 2020년에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단시일 내에 온실가스를 감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착실하게 준비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은 양립할 수 없는 상극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관계이다. EU의 경우가 이를 잘 보여준다. EU는 1990년부터 2009년까지 GDP는 40% 올랐으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15%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의 30%를 줄이겠다는 국가목표를 천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9년보다 2010년에 9.8% 증가했고 배출량 순위도 세계 9위에서 7위로 올라갔다. 저탄소 경쟁력은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경제 체질과 생활패턴을 저탄소 체제로 바꾸는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남강댐 저수량의 3.8배에 해당하는 11.7억t의 물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로써 수량 문제는 해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확보된 물을 깨끗하게 관리해 쓰임새 있게 활용하는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다.

그리고 4대강 살리기 사업추진 과정에서 소통에 일부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 이로 인해 일부는 정부의 환경정책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새 정부는 국민 대통합과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위해 민·관 거버넌스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향후 5년간의 환경정책이 터전을 잡는 중요한 시기이다. 안심할 수 있는 생활환경, 국민에 도움이 되는 똑똑한 규제, 기후변화에 선제적인 대응, 수질과 수생태 중심의 물환경 관리, 민·관 환경거버넌스 체계 강화 등을 통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열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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