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사는 노인의 고독사
홀로사는 노인의 고독사
  • 경남일보
  • 승인 2013.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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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용 (경남도의원)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매서운 한파가 계속되면서 홀로 사는 노인들의 겨울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고독사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연이 들릴 때마다 매서운 한파보다 더 매서운 것은 주변을 살필 줄 모르는 혹은 살피기 어려운 우리의 각박한 모습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일일이 그 사례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노인의 고독사는 우리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최근 잇따르고 있는 홀로 사는 노인의 고독사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홀로 사는 노인 문제가 새삼 부각되고 있지만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노인 관련 소득, 건강, 일자리 대책은 매년 수없이 발표되지만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노인 자살률은 81.8명으로 일본 17.9명, 미국 14.1명의 4∼5배 이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자살률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노인 빈곤율은 2010년 45.1%로 OECD 평균 13.3%의 3.4배로 역시 1위다. 이처럼 높은 빈곤율과 자살률의 중심에 홀로 사는 노인문제가 위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홀로 사는 노인은 119만 명으로 2000년 54만 명과 비교했을 때 무려 2.2배나 증가했다. 이 수치대로라면 2035년에는 343만 명까지 증가하게 된다. 또한 고령화가 더 진행되는 2050년대가 되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홀로 사는 노인의 수가 증가하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는 미혼가구와 이혼가구의 급증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홀로 사는 노인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시 말해 홀로 사는 노인 및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사회로 진입할수록 더욱 챙기고 보살펴야 하는 부분이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공간과 환경을 마련해 주고 노후의 최소한 소득보장은 국가적으로 책임질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2007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을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만큼 상향 조정해야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일자리 제공과 사회적 가족 활성화, 건강관리 등을 담은 종합적인 홀로 사는 노인대책을 발표했다. 홀로 사는 노인 전수조사와 이에 기초한 안전관리 대책은 추산으로 매년 1000명가량 발생하는 고독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빈곤, 질병, 고독으로 요약되는 노인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된다.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현 시점에서 전통적인 가족구조와 경제적·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 중심으로 짜인 경제사회 시스템을 고령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어촌 지역은 노인들을 과거의 생활 테두리에 방치하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이고, 도시지역의 저소득 노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쪽방촌은 또 다른 도시화·산업화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러한 가운데 노인들의 고독사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홀로 사는 노인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범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1970년대부터 고독사 문제가 사회적 위험(social risk) 현상으로 대두됐던 일본에서는 2007년부터 ‘고립사 제로(zero)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전국적 차원에서 각급 지자체가 급성질병 통보장치를 만들고 전기 및 가스사용을 확인해 안위를 살피는 시스템을 정비하며 장기요양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혼자 사는 사람들의 여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정책 사례들을 거울 삼아 ‘고독사 예방 안전망’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선 경제적 빈곤문제 해결과 함께 사회·정서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기에 내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없는지 살펴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우리 주변의 홀로 사는 노인들을 한번쯤 찾아가 몸과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말 한마디를 건네면 어떨까. 안부를 살피는 작은 정성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우리 주변에서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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