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근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이외에도 대한민국을 블랙아웃 직전까지 간 대규모 정전사태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 범죄, 세계 최고의 자살률 그리고 최근 몇 년 전이지만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의 출현 및 백신과 관련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을 왜곡해 진실을 은폐하기도 했다. 모두 자신들의 입장과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매우 위험한 사회에 살고 있음을 절감케 한다.
치솟는 등록금으로 작년 초 대학생 3만여 명이 신용 불량자로 내몰리고 있고, 최근 저축은행의 비리와 부패는 한국사회에 잠재하고 있는 그 무엇인가가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리고 2011년 일본 방사능 유출과 관련된 국내 영향의 엇갈린 해석은 건강에 대한 위기와 진실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가중돼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어느 누구도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고, 아니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러한 위험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불안과 공포에 떠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설마 나에게 사고가 생기겠는가’라는 안이한 생각이 여전히 많으며, 개인을 비롯한 사회와 정부는 위험에 관한 교육이나 투자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한번 발생한 재난이나 사고가 비슷한 유형으로 반복된다. 이미 발생한 재난과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그 당시에만 요란하게 떠들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무관심해진다는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사회를 해석하는 바로 그 ‘위험’이다.(일반적으로 ‘위험’은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음에 따른 감정으로서 끔찍한 범죄나 사건 자체보다는 그러한 위험이 반복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교수는 “한국은 아주 특별한 위험사회”라고 말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1992년 남해 창선대교 붕괴사건과 1994년 서울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접한 이후 교량을 건널 때면 항상 차안에서 불안해 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이들은 겁쟁이라고 놀려대지만 나는 심각하다. 나에게도 위험사회의 재앙이 닥칠 수도 있으니까. 이제 보편적 위험사회로 인한 사람들의 불안감과 불신은 커지고 있다. 결국 국가와 사회가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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