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재 (취재2부 차장)
최근 사천시 공무원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월말 또는 2월 초쯤으로 점쳐지는 정기인사가 다가오면서 공직사회를 요동치게 하는 것이다. 매년 그러했던 것처럼 자리를 두고 하마평이 인구에 회자된다. 연공서열과 인맥 등 자리를 차지할 많고 많은 이유들이 공직사회를 넘어 일반 시민들의 입에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사실 이를 두고 무조건 잘못됐다고 보는 시각은 무리가 있다. 공무원이던 회사원이던 승진과 좋은 보직은 개인의 탐심을 넘어 열심히 일해온 과정에 대한 조직의 최대 보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보상이 있기에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개인의 열망을 조직의 목표에 걸맞게 이끌어 가느냐는 것, 인사의 바탕에는 조직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관리자의 의도가 깔려 있어야 한다. 조직의 목표에 합당한 인물을 적합한 자리에 배치한다는 근본 취지가 퇴색되고 연공서열이나 연줄, 입김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면 엄청난 폐단을 불러 온다. 항명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업무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사를 존경하며 따를 부하 직원은 없기 때문이다.
사천시 일각에서 ‘면면부절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져 오던 노하우의 전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나온지 오래다. 업무와 관련해 오랫동안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물려 주려 하지도 않고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후배간의 직무교류가 원활치 못하니 인사 후 업무공백이 상례화 되고 이는 고스란히 시민의 손실로 나타난다. 특히, 인맥에 따른 정보가 자산인 시민사회단체와의 교류는 겉돌다 그치기 다반사다. 배우고 익혀서 쓸만하면 자리를 옮겨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지만 사천시의 관행적 인사는 아직도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천시의 인사난맥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5년 삼천포시와 사천시의 통합에 까지 이른다. 당시 1234명의 양 시·군 공무원을 내무부 훈령에 따라 자연 감소시키다 보니 당연히 새로운 충원은 없어지고 조직이 노화되어 갔다. 예비군 중대가 사라진 것도 이 과정에서다. 수년 전부터 신규직원 채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정도 수혈로 사천시의 동맥경화증이 치유될 것이란 기대는 하기 어렵다. 이미 고인물이 돼 버린 사천시의 인사에 활력을 불어 넣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숫자고 계층간 인원의 분포도 조화롭지 못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발자국 패인 곳에 빗물 고인다 했다. 뜻을 세워 한걸음 한걸음 족적을 옮겨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결국 궁극의 목표에 도달하지 않겠는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는 성경의 구절과 같이 새로운 천년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올해 사천시는 시정전략을 ‘사람중심에 기조한 변화와 희망’으로 선정했다. 사천의 중흥기를 마련하겠다는 정만규 사천시장의 의지가 다가오는 인사에 어떻게 반영될지 자못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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