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비결
공부 잘하는 비결
  • 경남일보
  • 승인 2013.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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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겨울비에 촉촉이 젖은 교정의 벚나무가 오늘따라 외로워 보인다. 나무그늘에서 함께 놀아주던 아이들이 없어서일까?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도 아이들을 기다리는 듯 주인 잃은 운동장을 동그랗게 맴돈다. 방과 후 활동, 학원 수강, 과제 및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을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못다한 과제를 챙기며 개학날 더욱 건강하고 의젓한 모습으로 만나기 위해 한 주 남은 방학을 잘 마무리하고 있으리라.

방학 중 학력캠프에 참가한 우리 반 아이들의 보충학습을 지도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1월이다. 1학기, 2학기 때 다 배운 내용인데도 처음 듣는 듯 잊어버린 기억들을 떠올리느라 애쓰는 아이들 모습이 안쓰럽다. 쉬는 시간에 올해의 소원을 물어보니 “공부 잘하는 것, 엄마한테 혼나지 않고 동생,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공부 잘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먼저 수업에 집중해야 하는데 교과학습 부진아일수록 수업시간에 딴 생각을 하거나 멍하게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아이의 눈빛을 보고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정신이 쏠려 있다는 것을 알고 당황하지 않게 쉬운 질문을 하거나 애정 어린 관심을 보인다면 엉뚱한 생각에서 벗어나와 수업에 진지하게 참여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에게 발표 기회를 자주 주지도 않고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면 학습에 흥미를 잃게 되고 학습결손이 누적되어 해마다 교과학습 부진아가 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수업시간 공부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르치는 교사가 수업에 푹 빠져들어야 한다. 오래 전 필자가 수학시간, 칠판에 혼합 계산문제를 풀이하며 설명을 하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 답이 틀렸어요”라고 말했다. 참으로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틀린 부분을 다시 풀이한 후 왜 그런 실수를 하게 되었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그날 오후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전 교사가 교실순회를 하며 환경심사를 하는 날이었기에 학급 안내판을 골마루에 걸어 놓아야 했다. 학급 안내판을 만들려면 반 아이들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찍어서 현상해 둔 사진을 며칠 동안 찾아도 보이지 않아 내 머릿속은 온통 그 사진생각으로 꽉 차 있었던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딴전을 피우다 실수했던 경험담과 함께 어떤 일에 몰입하여 목표를 이룬 성취의 기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도 발표하도록 했다. 긴 시간인데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던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더니 집중력이 향상되자 성적이 쑥쑥 올라갔다.

성적이 안 좋아서 주눅 드는 아이들일수록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며 포기하려 한다면 더 큰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교사가 아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비 오고 기온이 뚝 떨어진 추운 날에도 결석하지 않고 3주일 내내 학교에 나와 한 가지라도 더 배우려고 눈망울을 켜는 아이들에게 지혜의 등불을 달아주고 싶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가 예상치 못한 어둠 속에 갇히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출구를 찾아내어 목적지에 다다르는 용기와 굳센 의지도 길러주고 싶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꾸준히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평생 동안 해야 할 공부, 피할 수 없는 공부를 즐길 수 있도록 잘 가르치는 교수방법을 연구해야겠다. 배우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모두가 공부하는 행복에 푹 빠져들도록….

/서외남·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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