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담겨 있는 행복
사랑에 담겨 있는 행복
  • 경남일보
  • 승인 2013.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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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중원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 교수)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갈망한다. 그 행복을 찾아 광야에도, 왕궁에도 가보지만 만날 길이 없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만 해도 흉내내어 보련만 너무 주관적이어서 답을 찾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오래전 영국 런던 타임즈지가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우편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엿보려 한다. 응답한 몇 천 통의 답 중에서 엄선한 스물넷 통 중 한 통을 소개하면 ‘아기 목욕을 다하고 젖을 물린 어머니’다. 이것은 자녀에 대한 모성애를 순수하게 표현한 구절이며, 어머니의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이 묻어나는 행복 메시지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필자는 대번에 눈치채고 이렇게 묘사해 본다.

어릴 적 여동생이 늦둥이로 태어났다. 나와는 12년 정도 나이 차이가 있다. 어머니가 여동생의 목욕시키는 장면을 회상해 보면 먼저 가마솥에 물을 데운다. 아기가 헤엄쳐도 될 만한 넓은 고무 다라이에 더운 물에 찬물을 조금씩 부어 가면서 물 온도를 조절한다. 어머니만이 아는 감각 온도계인 손으로 아기가 목욕하기에 좋은 온도를 찾아내는 것이다. 물 온도를 조절하는 시간이 꽤나 걸린다. 그것은 마치 물속에 고농도의 사랑이라는 첨가제를 듬뿍 풀어놓는 희석작업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주변정리를 하고는 아기 옷을 벗기고 물속으로 조심스레 담근다. 아기의 표정으로 그 물의 온도가 목욕하기에 최적의 온도임을 감지할 수 있다. 어머니는 아기의 온몸 구석구석 씻기면서 피부를 일일이 확인한다. 목욕을 다하고 나서는 부드러운 천으로 된 수건에 감싸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겨드랑과 같은 부위에는 파우더를 발라주면서 몸을 말리고 옷을 입힌다.

아기의 기분은 최상이다. 그때 어머니와 아기는 웃음 한 번 주고받는 교감이 있은 후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린다. 아기는 어머니 심장의 안정된 고동소리를 들으며 배를 채운다. 젖 먹는 아기를 내려다보는 어머니의 모습은 너무 평화로워서 마치 천사가 아기를 안고 있는 것과 같다. 그때 아기와 어머니는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아마 ‘아가야, 네가 있어 내가 행복하고 너를 위해 생명까지 내어 줄 각오가 되어 있다. 안심하고 잘 자라!’ 아기는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나의 보호자,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 당신의 표정과 어루만짐을 통해 알 수 있어요. 잘 잘게요.’ 잠자는 아기를 내려다보는 어머니는 행복덩어리 그 자체였다.

여기 어머니의 그 모습이 바로 행복이다. 조건 없이 무한히 쏟아내는 어머니의 아가페적인 사랑, 그것이 행복의 핵심이다. 그래서 행복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사랑을 가진 여인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강함이 있다. 내가 본 어머니, 런던 타임즈지에서 조사한 어머니, 그 사랑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세상은 살 만하다.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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