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철새, 지속가능한 공존방식
사람과 철새, 지속가능한 공존방식
  • 이은수
  • 승인 2013.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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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창원시 '생물다양성 관리계약사업'
먹이먹는 고니
공급된 먹이(고구마)를 먹고 있는 고니들.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를 보유하고 있는 창원시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철새 보호에 기여하기 위해 주남저수지에서 ‘생물 다양성 관리계약사업’ 을 시행 중에 있다. ‘생물 다양성 관리계약사업’이란 철새로 인한 지역 농업인의 손실을 보상하고 생태계 보전활동에 대한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철새 먹이공급 및 휴식공간 제공을 위한 보리재배(경작관리계약), 벼 미수확 존치·볏짚 존치·쉼터조성(보호활동 관리계약) 등의 보전활동을 말한다. 주남저수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생물 다양성 관리계약사업’의 추진 과정 및 성과, 효과 등에 대해 알아 본다./편집자 주

창원시가 ‘생물 다양성 관리계약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주남저수지는 겨울철에 100여 종 이상의 새와 하루 평균 개체수 1만~2만 이상이 관찰되는 곳으로 겨울철 수금류의 주요 월동지 및 여름철새 백로류와 같은 새들의 휴식·채식장소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철새의 낙원 주남저수지’는 글자 그대로 환경수도 창원의 핵심가치인 주남저수지의 브랜드 파워가 응집된 단어다. 창원시는 주남저수지를 중심으로 서식하는 겨울철새의 먹이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약 7억2000만원의 사업비로 183ha의 농경지에 보리파종을 하고, 저수지 수면부는 어로행위를 제한해 자연적인 먹이활동을 유도하고 있으며 특히 시 소유 농경지에서 수확한 볍씨 120kg을 매일 논습지에 공급하고 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상대적 가치의 대립 속에서 세계적 철새 도래지이자 서식처인 주남저수지의 명성에 걸맞은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창원시는 그 해답을 ‘생물 다양성 계약사업’에 찾고 있다.

◇국내 최초 ‘생물 다양성 계약사업’ 시행

창원시가 1999년 국내 최초로 시작한 ‘생물 다양성 계약사업’이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에 매년 겨울철이면 찾아오는 철새보호와 안정적인 먹이공급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생물 다양성 계약사업’은 전국으로 확산돼 현재 전남 순천 등 19개 지자체 철새 도래지에서 시행하고 있다.

창원시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시행한 ‘생물 다양성 계약사업’은 ‘계절농지 임차제도’로 주남저수지 인근 농업인이 추수가 끝난 농지에 철새먹이 제공을 위해 보리를 파종하면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이는 환경부의 생태계 보전 우수사례로 발굴돼 2002년부터 ‘생물다양성계약’이라는 정부사업으로 확정된 이후 국비(30%)와 시·도비(35%)를 지원하며 전국적으로 확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2년 8월에는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으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 먹이터와 쉼터제공으로 안전한 겨울나기

올해도 창원시는 5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주남저수지 인근 273명의 경작자로 하여금 188ha의 농경지에 보리재배, 볏짚 존치, 무논 등을 조성해 먹이터와 쉼터를 제공함으로써 철새들이 안심하고 겨울철을 나고 있다. 계약단가는 ㎡당 보리재배가 300원, 볏짚 존치 36원, 쉼터조성 300원 등이다.

아울러 창원시는 겨울철 철새도래 기간에도 주남저수지에서 동력선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어로행위로 인해 철새 서식지가 파괴됨에 따라 이를 보호하기 위해 2010년부터 동읍 내수면 어업계 22명과 철새 도래시기에는 어로행위를 하지 않는 생물 다양성 관리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1억7000만 원을 보상하는 제도를 시행해 철새들에게 안정적인 먹이터와 쉼터를 제공하는 등 월동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해 왔다.
 
무논지전경
철새들에게 먹이터와 쉼터를 제공하는 무논.


◇창원시, 고니 먹이 ‘고구마’ 대량공급

창원시는 최근 한파로 주남저수지 결빙과 농경지 적설로 먹이활동이 어려운 겨울철새를 위해 고구마를 대량으로 구입해 먹이로 공급하고 있다. 현재 주남저수지에는 재두루미 200여 마리, 노랑부리저어새 33마리, 큰고니 500여 마리 등 20여 종의 천연기념물 수천 마리가 월동하고 있으며, 고니 약 500여 개체가 저수지 수면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최근 한파로 저수지가 결빙되자 먹이활동을 위해 탐조대 주변 농경지로 몰려들고 있다.

이에 창원시는 저수지 결빙으로 먹이감 부족을 보이는 고니류의 먹이공급을 위해 손질한 고구마를 대량으로 구입해 매주 200~300kg씩 주남저수지 탐조대 앞 농경지 일대에 공급하고 있으며, 오는 2월 말까지 정기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먹이주기가 철새의 야생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야생 적응력을 감소시키지 않는 범위내의 적정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주남저수지 주변농지 매입, 철새의 서식환경 조성

창원시는 철새서식으로 인한 지가상승 제약 및 농업피해에 대한 불만 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철새들의 안정적인 서식환경 조성을 위해 주변농지를 연차별로 매입하고 있다.

창원시가 계획하고 있는 매입대상은 주남저수지 주변 농경지 280필지 55만 6260㎡로 대부분 논이다. 2008년부터 55필지 8만 6062㎡를 토지를 매입해 겨울철에는 철새들의 안정적인 쉼터를 제공하는 한편 봄부터 가을까지는 전문 영농인과 영농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철새먹이 자급자족화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11t의 벼를 생산해 겨울철 철새가 서식하는 동안 매일 벼를 농경지에 살포하고 있다. 사업비는 약 341억원이며 2008년도 22필지 3만3772㎡, 2009년 17필지 2만2112㎡, 2010년 6필지 1만4108㎡, 2011년 10필지 1만6070㎡를 매입해 철새들의 안정적인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주남저수지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지 않아 토지매입에 따른 국비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사업비 전액을 시비로 조달해야 하므로 예산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창원시는 주남저수지를 찾는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철새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보호종을 포함한 철새들이 꾸준히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창원시 환경수도과 관계자는 “생물 다양성 관리계약사업은 철새들에게 쾌적하고 안정적인 먹이터 및 쉼터를 제공해 월동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철새 도래지로 각광받고 있는 주남저수지의 생물종 보존과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생물 다양성 제도를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다양한 조류를 유도하기 위한 먹이원 공급과 휴식지 조성을 확대하는 등 한발 앞선 정책개발과 관리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간과 철새의 공존터 주남저수지

주남저수지는 오랜 옛날부터 동읍, 대산면 농경지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공급해 주던 자연 늪이며, 산남(75만㎡), 주남(용산·285만㎡), 동판(242만㎡) 3개의 저수지로 이뤄진 배후 습지성 호수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거대 저수지일 뿐이었으며 ‘주남저수지’라는 명칭 또한 쓰지 않고 마을 이름을 따서 산남 늪, 용산 늪, 가월 늪이라 불렀다.

주남저수지는 인근 주민에게 계절마다 민물새우, 민물조개, 민물고기와 같은 먹을거리와 갈대, 억새와 같은 땔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주남저수지가 철새 도래지로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창오리 등 수만 마리가 도래해 월동하면서다. 현재는 람사르협약의 등록습지 기준에 상회하는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두루미류의 중간 기착지 및 재두루미의 월동지로서 주목받으며 2010년 50만, 2011년 60만, 2012년 80만명 등 탐방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습지들은 시베리아·몽골고원 등의 대륙과 일본·동남아 등 해양을 이동하는 철새들에게 매우 중요한 월동지·중간 기착지·번식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 한반도 남부에 위치하는 주남저수지는 중북부지역에 비해 결빙기가 짧아 조류 월동에 유리해 1980년대까지 동아시아 최대의 겨울철새 도래지로서의 명성을 날렸다.

지금은 주변지역의 도시화와 농어업 형태변화로 인해 먹이터와 쉼터가 감소해 과거에 비해 도래하는 철새의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매년 10월부터 노랑부리저어새·재두루미·가창오리·큰고니 등 멸종 위기종을 비롯해 수만 마리의 겨울철새가 찾아온다. 주남저수지는 우포늪과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를 연결하는 가교역할도 하고 있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사진설명: 1. 공급된 먹이(고구마)를 먹는 천연기념물 고니들. 2. 창원시는 올해도 5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주남저수지 인근 273명의 경작자로 하여금 188ha의 농경지에 보리재배, 볏짚 존치, 무논 등을 조성해 먹이터와 쉼터를 제공함으로써 철새들이 안심하고 겨울철을 나고 있다. 사진은 무논의 겨울 철새들. 3. 무논지 전경사진(2). 4. 먹이 먹는 고니들. 5. 볍씨 살포.

먹이먹는 고니2
공급된 먹이(고구마)를 먹고 있는 고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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