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유감(遺憾)
작심삼일 유감(遺憾)
  • 경남일보
  • 승인 201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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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새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니 지금쯤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한 ‘금연·금주·다이어트·스트레스 관리·공부 등’을 포기하거나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낸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한 리서치업체가 직장인 1300여명에게 새해계획 실천 여부를 물었더니 40.7%가 한 달을 못 채웠다고 대답했을 정도며, 하루 만에 포기한 경우도 9.3%나 됐고 평균은 11일이었다고 한다. 미국 스크랜턴대 연구결과에서도 새해결심의 목표 달성률은 8%에 불과했다.

작심삼일의 유래는 서애 유성룡이 도체찰사로 있을 때 각 고을에 발송할 문서를 역리에게 주었는데, 공문을 보낸 사흘 뒤 공문의 내용을 고쳐야 할 일이 생겨 공문을 회수하라고 했더니 역리가 그 공문을 발송하지 않고 가지고 오더라는 것이다. 역리를 꾸짖자 “속담에 ‘조선공사삼일’이란 말이 있어 사흘 후에 다시 고칠 것을 예상하여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이 말을 들은 유성룡은 “가히 세상을 깨우칠 말로 나의 잘못이다”라며 공문을 고친 뒤 반포했다. ‘조선공사삼일’이란 ‘고려공사삼일’에서 유래했는데, 고려 말에 정치혼란으로 관청의 행정명령이 자주 바뀌고 체계가 없는 것을 비꼬는 말이었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새해만 되면 거창한 계획을 세워 보지만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둔 때가 한두 번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할 것이다. 작심삼일의 더 큰 문제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이다. 성군으로 꼽히는 중국 상나라 탕왕은 청동 세숫대야에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하루하루를 새롭게 하라)’을 새겨 놓고 자신을 타이르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한다.

작년도 취업포털 커리어가 542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7.7%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달성하지 못한 이유(복수응답)로는 ‘게으름·나태함’이 55.2%로 1위였다. 그리고 ‘시간부족(41.3%), 목표의식 부재(35.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13년도 새해 결심(복수응답)으로는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관리’가 63.5%로 가장 많았고, 외국어 공부 등 자기계발(60.1%), 이직준비(32.7%), 다이어트(28.6%) 등이었다.

이시형 씨는 ‘뇌 이야기(북 포스)’에서 “계획이 항상 작심삼일로 실패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하는 데서 평온함을 느껴 이미 형성된 개념을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 했고, 김일희 씨는 ‘작심 후 3일’(다우출판사)에서 “계획이 실패하는 것은 ‘단순한 작심’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결심을 한 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아 실패한 것이므로 계획만 제대로 세우면 실천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담배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작년 12월8일부터 금역구역이 확대돼 약 45평 이상 규모의 식당과 술집, 커피전문점 등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고, 어린이·청소년 이용시설과 관공서와 주차장을 포함한 시설 전체가 금역구역이 됐다. 정부는 계도기간을 거쳐 올 7월부터 흡연자에게 과태료 10만원, 업주에게는 170만원부터 500만원이 부과된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이제 ‘금연’은 실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밥 없이는 살아도 담배 없이는 못사는 사람’도 이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 ‘금연’보다는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진단한 다음 구체적·조직적·점진적으로 실천계획을 세우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며 하루하루의 실천내용을 기록하여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하고 동기부여를 통해 자신감을 가지면서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금연’도 작심삼일의 유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인수위에서 벌써부터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때 공약했던 각종 정책을 예산문제 등으로 지키기 어려우니 수정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서민들은 자기와의 약속이므로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평생’을 되풀이해도 괜찮다. 그러나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대선 때 공약했던 대한민국 국민과의 약속을 매니페스토(Manifesto) 정신에 입각해 5년 동안 ‘공약의 무거운 짐’을 끝까지 실천해야 한다. 다만 천재지변 또는 국가안위와 관계되는 긴급사태나 국내외 정세의 급격한 변화 등 국가위기 상황이 도래한다면 ‘경중 완급’을 고려, 국민적 동의를 통해 정책공약을 수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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