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연
아름다운 인연
  • 경남일보
  • 승인 201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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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완 (농협 창원지법진주지원 출장소장)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인연을 마주하게 된다. 스쳐가는 인연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간, 부부 간, 형제자매 간, 혈육 간의 끊을 수 없는 인연이나 친구나 직장동료와의 인연, 지연이나 학연도 있을 것이다. 아직 사랑하는 이를 못 만나 애태우는 안타까운 인연이 있고, 차라리 마주치지 않아야 했던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악연도 있을 것이다.

오래전 만나도 어색하고 불편한 인연이 있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도 어느새 가슴에 오롯이 들어온 고운 인연도 볼 것이다. 태어나서 여태껏 수많은 인연을 마주하면서 영겁의 시간과 무한한 우주에서, 지구별의 한 귀퉁이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부대끼며 사는 우리는 어떤 인연일까?

김현태 시인은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불교의 법망경(梵網經)에는 옷깃 한 번 스치는 것도 500겁의 인연이 있다고 하니 스치는 인연조차 얼마나 귀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겁(劫)이란 천지가 한 번 개벽한 때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길고 긴 무한한 시간을 이르며, 본래 인도에서는 범천(梵天)의 하루, 곧 인간계의 4억 3200만 년을 1겁이라 한다.

일천겁에 같이 선근을 심은 자는 한 국토에 나게 되고, 오천겁은 한 동네에 나서 살게 되고, 팔천겁은 부부로 살게 되고, 구천겁에 형제로 살게 되며, 일만겁에 부모 또는 사제 간이 된다고 한다. 육신은 부모가 낳아주지만 마음이 새로 눈을 뜨게 하는 데에는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존재나 만남 자체가 기적이라 할만치 소중한 것이다.

이렇듯 소중하고 귀한 인연을 외면한 채 부모를 박대하고 자식을 매정히 버리는 일이 허다하고, 사랑하는 이를 비참하게 하고 친구의 우정을 배신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심지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여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도 있다.

지금 나의 삶의 환경들이 나에게 주어진 내 인연이라면 이를 인정하고 수긍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비록 못나고 가진 것도 없고 능력도 없지만, 재산은 물려주지 못해도 건강한 몸과 정신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일류대학을 가진 못해도 꾸준히 제 길을 찾아가는 대견한 자식들도 고맙고,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만족하며 살갑게 챙겨주는 아내가 사랑스럽고, 힘든 일을 함께하며 같이 나아가는 직장 동료들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는 이웃의 배려가 고맙고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하자 그리하여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겨서 큰 인연으로 살려낸다면, 심지어 악연조차도 감싸 안아 보듬을 수 있다면 세상이 한층 더 따뜻해지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김정완·농협 창원지법진주지원 출장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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