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관심의 결정체
사랑과 관심의 결정체
  • 경남일보
  • 승인 2013.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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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범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에 위치한 태봉고등학교가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전국 최초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는 2010년 3월 개교했다. 지난 3년간 동고동락했던 그들은 지난 11일 졸업식장에서 사제지간, 선후배간 서로 껴안고 눈물을 펑펑 쏟은 학생도 있었다.

44명의 졸업생들은 지난 3년간 학교와 기숙사에서 먹고 자면서 배움의 공동체 수업과 자립교과 이수, 인턴십을 통한 직업체험 등의 교육실험을 함께했다. 가슴 뭉클하게 하는 장면은 또 있었다. 졸업생·학부모 대표는 그간 감사했다는 뜻으로 모든 교직원을 단상에 모시고 3배의 큰절을 하고 교직원들은 맞절로 답했다.

교사들은 입학식 때 45명의 학생에게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으로 사제지간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졸업생들은 입학할 때 자신의 발을 씻어준 교사들에게 답례한다는 의미와 감사의 마음으로 행하는 세족식은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

그들의 교육실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매주 두차례씩 진행했던 ‘인턴십을 통한 직업체험’ 활동이 대표적이다. 1학년 때부터 매주 화·목요일 오후 현장에서 자신이 희망하는 현장 직업체험을 해 왔다. 일반 학교와 60% 정도 같은 정규교과 외에 자립교과도 특이하다. 음식과 옷 만들기, 텃밭가꾸기, 삶과 철학 등 자립교과들을 과목별로 매주 1시간씩 진행했다. 공동체회의도 매주 한 시간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 참여하는 공동체회의는 스스럼없는 안건토론과 집행으로 유명하다.

44명의 졸업생 중 대학 수시모집에 33명(20명이 4년제 대학, 13명이 2년제 대학)이 합격했고, 4명이 정시모집에 지원한 상태다. 나머지 학생들 중 1명은 시민단체인 한국생태환경연구소에, 연극활동을 한 3명은 사천의 극단 ‘장자번덕’과 ‘밀양연극촌’에 들어간다. 또 다른 3명은 요리와 심리학, 힙합을 배우기 위해 각각 유학을 떠난다.

지난 3년 동안 태봉고 교사들은 ‘한 뼘이라도 여럿이 함께하자’는 담쟁이 정신으로 ‘행복한 학교’ 만드는 일에 신명을 다 바쳤다. 교사·학생·학부모는 다 함께 힘을 모아 경남교육의 새로운 창 하나를 열었고, 한국교육사에서 공립대안학교 시대를 여는 밑거름 역할을 해 왔다. 사랑과 믿음의 힘은 위대했다. 이날 재학생과 졸업생의 송사와 답사는 눈물을 흘리며 남남이 아닌 가족과의 이별로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이라고 했다. 선생님들의 사랑과 학생들의 믿음, 학부모의 관심으로 이뤄진 결정체인 것 같다. 태봉고 졸업식을 보면서 요즘처럼 각박한 세태에 성적순이 아닌 저마다의 소질계발과 인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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