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여성사 발간의 중요성
경남여성사 발간의 중요성
  • 경남일보
  • 승인 2013.01.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혜숙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여성연구소장)
지방화시대를 맞이해 그동안 소외돼 왔던 지역여성의 삶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경상남도 지역여성사 발간 사업이 답보상태에 있어서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역여성사 발간은 과거의 역사 서술에서 거의 소외돼 있었던 지역여성의 발자취와 뒤안길을 살펴봄으로써 진정한 인간의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우리 시대 지역여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의 주체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지역여성사 발간현황을 살펴보면 강원도여성사(1996), 전북여성발전 50년(2000), 광주여성발전사(2000), 경기여성발전사(2002), 전남여성100년(2003), 경북여성사(2004), 제주여성사(2009), 부산여성사(2009) 등 대부분의 도 단위 지역에서 형태는 다르지만 지역여성사 발간이 이뤄진 상태다.

경상남도 여성사 발간에 대한 필요성이 처음 공론화된 것은 지난 2011년이었다. 경상남도 여성인권특별위원회에서 경남여성사 발간사업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그해 5월 경상대 여성연구소와 ‘지역여성사, 어떻게 쓸 것인가?’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서 경남여성사 발간의 필요성과 방향, 지역여성에 대한 자료수집의 중요성 등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공감대를 끌어낸 바 있다. 그리고 그 연속작업으로서 11월 ‘경남여성 100년의 삶과 역사’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해 개괄적이나마 경남여성이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리하고 검토했다. 그러나 이후 실제적인 경남여성사 발간을 위한 후속작업이 지금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남여성사 발간사업은 그동안 역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지역여성들의 활동과 경험들을 드러내고 기록에 남김으로써 중앙 중심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역사 서술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경남여성사 발간사업은 그동안 역사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던 지역여성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며 자료수집과 집필과정을 거치면서 산재한 관련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경남여성사 발간을 계기로 흩어져 있었던 경남여성 관련자료를 수집, 정리할 수 있으며 근·현대 경남여성들의 삶과 역사를 전체적으로 정리함으로써 경남여성의 뿌리를 찾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한편 경남여성의 미래구축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경남은 다른 지역보다 지역여성 자료를 정리하고 지역여성사를 발간하는 작업이 늦은 편이어서 경남여성사 관련사료의 체계적 발굴 및 정리가 더욱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경남여성사 발간을 계획했다 하더라도 일정기간의 자료수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집필 관점이나 방향과 관련해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므로 장기적인 사업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반 역사에서 또는 중앙 중심적인 기존의 여성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드러내 줄 것인지, 어떠한 관점에서 쓸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는 여성의 역사를 내용적·방법론적으로 어떻게 담을 것인가, 지역성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를 말하는데 단순히 여성의 역사적 경험을 발굴해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주체로서 지역과 여성의 만남을 어떻게 연결지어서 여성사의 보편성과 지역의 특수성을 서술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술방식과 관련해서도 시기별 통사로 할 것인가, 주제별로 할 것인가의 장단점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내용에 있어서 가족 및 생활, 교육 및 문화, 경제 및 노동, 사회 및 정치 영역이 들어가야 하지만 그동안 역사 서술에서 주변화됐던 가사노동, 섹슈얼리티, 출산, 자녀양육, 몸, 일상생활 등의 영역을 어떻게 포함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또 여성들의 정체성 형성과정과 여성들 간의 차이를 어떻게 보고 쓸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러한 작업은 발간 주체뿐 아니라 집필위원 선정, 자료수집 과정, 실제적인 집필기간, 예산 등을 고려해 볼 때 한두 명의 의지 있는 개인이 시작할 수는 없는 것이고 지자체 수준에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추진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역여성 스스로가 이 부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보일 때 경남에도 지역여성사 발간은 실현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