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복지공약 이행 가능한가
차기정부 복지공약 이행 가능한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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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 이행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재원마련을 놓고 시작한 논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여당과 보수의 일각에서는 공약수정과 속도조절의 연기를 피우고 있고, 야당과 진보는 증세를 해서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나섰다. 박 당선인도 직접 나서 “국민과의 약속이니까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옳은 말이다. 원칙과 소신을 중요시하는 당선인으로서는 당연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채질한 것처럼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현재의 쟁점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첫째는 새누리당이 대선 당시 내놨던 재정추계의 문제다. 너무 과소 계상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대선 공약집에서 밝힌 소요재원은 134조5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수의 민·관 연구기관들이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매년 54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추계치를 제시했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은 무상보육,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등 주요 복지공약만 따져도 새누리당 추산보다 2∼3배의 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21조원이 필요하고, 기초연금 도입에 40조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재정 소요액까지 감안하면 공약집행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둘째는 막대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하는 문제다. 당초 당선인측은 예산절감과 세출구조 조정으로 71조원을, 복지행정 개혁을 통해 10조5000억원을 조달하고 비과세와 세금감면 축소와 같은 세제개편 등으로 53조원을 마련해 134조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구기관들의 재정추계를 보면 셈법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기존의 조달방식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출구조 조정으로 더 이상의 재원을 확보하기는 매우 어렵다. 국세청이 고소득자의 탈루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추가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증세는 당초부터 안하겠다고 약속했고, 국채발행은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크게 주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증가속도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와 양극화 문제로 복지비용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복지정책의 당위성을 놓고 나라살림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두 가지 쟁점만 놓고 보면 답이 명확히 보인다. 복지규모를 줄이든지 아니면 필요한 재정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답은 분명하지만 실행은 간단치 않다. 복지규모를 줄이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증세나 국채발행을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 만큼 자칫 잘못 답을 내면 논란의 불씨만 더 키울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덮어 놓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계산이 잘못됐든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든 공약의 이행을 놓고 비판적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면 당연히 재점검해야 한다. 인수위에서 먼저 나서야 한다. 공약이행에 소요될 재원에 대해 다시 정확한 추계치를 산정하고 재원조달 방법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지방의 목소리도 놓치면 안된다. 각종 복지정책은 지자체의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의 재정형편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지난 무상보육 때와 같이 지급중단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복지정책의 확대로 대선 때 약속한 지역공약이 제대로 지켜질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의지가 훼손되지 않는 수준에서 정책방향을 다시 잡으면 된다. 박 당선인은 복지공약 논란에 대해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 할 일이지 지금 정당이나 언론 등 밖에서 가타부타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한 바 있지만 지나치게 인수위와 새로 출범할 정부를 분리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과 절차와 방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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