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창조적 상상력을 키우는 곳
대학은 창조적 상상력을 키우는 곳
  • 경남일보
  • 승인 201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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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택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옛 농경시대에는 농사일을 남자들이 주로 했다. 농사일은 노동의 강도가 높은 일이므로, 육체적 힘이 필요했다.

한자 ‘남(男)’은 ‘밭 전(田)’과 ‘힘 력(力)’이 합해져서 이루어진 글자이다. 대체로 힘 있는 사내들이 밭에 나가 일을 한다 하여 남자라는 뜻이 되었다. 또 ‘협(協)’자는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 쟁기로 밭을 가는 모습으로 나타낸 것이다. 한자의 기원에서 보듯, 농경시대에는 육체적 힘이 중요했다.

이 같은 현상은 산업시대를 거치면서 변화한다. 가치창출의 원동력이 힘에서 창의성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1920년대 자동차 한 대의 생산원가 중 85%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몫이었다. 오늘날 반도체 칩 하나의 생산원가 중 85%는 설계 엔지니어와 특허 저작권 같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의 몫이다.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경제 현상은 가치가 제품에서 서비스로 점차 이동하는 점이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국가들은 하나같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IBM을 컴퓨터회사로 알고 있다. 그러나 IBM은 PC분야를 포기했고, IBM의 매출에서 컴퓨터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IBM의 수익은 경영컨설팅에서 나온다. 놀랍게도 전통적인 제조업체인 IBM의 수익이 제품이 아닌 서비스에서 나오는 것이다.

세계적인 운동용품 업체인 나이키는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나이키는 공장이 아닌 시장을 갖고 있다. 나이키는 디자인과 연구개발만 하고, 생산은 아시아 업체들에게 맡긴다. 나이키는 생산이 아닌 창의적인 디자인 부문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IT제조기업인 애플도 단 1개의 공장을 가지지 않고도 천문학적 물량의 스마트 기기를 팔았다. 애플의 놀라운 실적은 창의성과 혁신에 기인한다. 현대 기업들은 이처럼 창의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잘된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가 수십 개의 공장을 짓는 것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높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상상력에서 나온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미 500년 전에 증기선이나 헬리콥터, 잠수복, 엘리베이터, 자동차, 낙하산, 망원경 등을 상상해냈다. 그는 화가이자 물리학자, 엔지니어, 수학자였다. 다빈치를 이끈 것은 바로 창조적 상상력이었다. 상상력은 세상을 바꾸는 에너지다. 상상력이 없는 세상은 발전이 없다. 애플, 구글, 3M,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와 같은 창조적 기업들은 상상력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GE는 ‘상상력으로 돌파하기(Imagination Breakthroughs)’를 성장엔진 발굴수단으로 삼고 있다.

대량생산과 사회시스템 구축이 목표였던 산업시대를 지나 우리는 창의성이 경쟁력인 시대에 살고 있다. 무형자산이 유형자산보다 중요해지고, 불확실성이 큰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 리더는 상상력을 지녀야 한다. 특히 리더에겐 창조적 상상력이 중요하다.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는 리더는 조직을 후퇴시킨다. 리더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더라도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서점의 가능성을 알아차린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브라운관이 유화를 대신할 것이라고 예측한 백남준, 과학에 인문학과 예술을 입혀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등 성공한 리더들은 모두 뛰어난 창조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 시대, 대학은 이런 창조적 상상력을 지닌 리더가 될 인재를 키우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 대학들은 이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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