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람 도시락, 국민 먹거리 되다
뱃사람 도시락, 국민 먹거리 되다
  • 허평세
  • 승인 201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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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독특한 먹을거리를 찾아서 <충무김밥>
‘충무김밥’은 충무(통영의 옛 이름)에서 시작된 밥과 반찬을 따로 먹는 김밥이다. 그 명칭에서 충무지역에서 유래한 김밥의 일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1995년 행정구역 통폐합 조치 이전에는 경남에 ‘충무시’가 있었다. 1910년(순종 4) 진남군이 통영군으로 개칭된 뒤 1914년에 통영군 통영면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1931년에는 읍으로, 1955년에는 읍이 시로 승격되면서 ‘충무시’가 탄생했다. 이후 40년간 존속됐다가 정부의 행정구역 통폐합 조치로 지난 1995년 1월 1일자 충무시와 통영군이 합쳐져 지금의 통영시로 출범했다. 그래서 충무시는 지금 통영시의 전신이다.

‘충무김밥’은 행정구역 통폐합 이전 충무시(현 통영시)에서 유래한 향토음식이다. 지금은 전국 어느 곳에서나 ‘충무김밥집’을 찾을 수 있지만 1980년대 이전에는 충무지역 외에는 찾기가 힘들었다. 충무만의 독특한 먹거리였다.

◇유래

‘충무김밥’ 유래에 대해서는 2가지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충무는 예로부터 부산과 여수를 잇는 뱃길의 중간 기착지이면서 섬으로 가는 출발지였다. 그래서 항구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매우 잦았으며,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을 상대로 한 음식장사가 성황을 이뤘다. 배가 정박하는 동안 이들에게 꿀 빵과 김밥을 팔던 행상이 바로 ‘충무김밥’의 원조라고 한다. 처음에는 이들도 보통 김밥을 팔았다. 1960년대 황무지인 ‘벼락땅’을 터전으로 노점을 하던 할머니들이 양념에 절인 갑오징어를 ‘소’를 해 김밥으로 만들어 뱃머리에서 팔았다고 한다. 그러나 유난히 햇살 따가운 바닷가 부두에서 파는 김밥은 쉽게 쉬어 손해를 보곤 했다. 궁리 끝에 밥에서 ‘소’를 빼면 더디게 쉰다는 사실을 발견, 기다란 대꼬챙이에 김에 싼 밥과 주꾸미, 홍합, 무 김치 등을 순서대로 꽂아 팔았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한손에 들고 쏙쏙 뽑아먹는 재미가 여간 아니었다. 그러다 지금의 ‘충무김밥’ 형태로 발전된 것이다.

또 해방 이후 바다로 고깃잡이 나가는 남편에게 아내가 정성스럽게 김밥으로 싸 준 점심에서 유래됐다고도 한다. 남해안의 충무(현 통영)항에서 고기잡이를 나가는 남편이 고기 잡느라 식사를 거르고 술로 끼니를 대신하는 모습을 본 아내가 남편의 모습이 안쓰러워 김밥을 만들어준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내려 오고 있다. 아내가 싸준 김밥은 잘 쉬어서 못 먹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밥과 속(반쯤 삭힌 꼴뚜기무침과 무 김치)을 따로 담아 주었는데, 쉬어서 못먹는 일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후 아내들은 바다로 나가는 남편의 점심 및 간식을 밥과 속을 따로 담은 김밥으로 싸 주었다고 한다. 지금의 ‘충무김밥’에는 통영지역 어부 아내들의 남편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녹아 있다.

◇재료 및 구성 요소

‘충무김밥’은 김밥 속에 반찬을 넣지 않고, 참기름을 바르지 않은 생김을 사용해 손가락만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동글 동글 한 입 크기의 김밥에 새콤하게 익힌 무 김치와 매콤한 오징어무침, 어묵볶음, 거기다 구수한 시락국을 곁들이면 ‘충무김밥’ 특유의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충무김밥의 반찬거리는 원래 오징어무침과 무 김치였다고 한다. 지금은 간혹 오징어무침과 무 김치에 어묵볶음이 따라 나오기도 한다. 언제부터 어묵볶음이 슬그머니 들어가게 된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잡히는 정도에 따라 오징어와 주꾸미가 바뀌는 건 알고 있었지만 뜬금없이 어묵볶음이 들어가는 것은 아무래도 재료비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오징어무침은 안주거리로 제격인 탓에 술꾼들로부터 인기가 좋다. 그래서 아예 반찬만을 사가는 손님도 많다. 원래는 주꾸미를 사용했으나 지금은 오징어를 대신해 사용한다. 또 무를 넓적넓적 썰어 통영 멸치젓으로 담근 무 김치는 입맛을 돋우는데도 그만이다.

도시락 냉장시설이 없었던 옛날, 바다 사람들이 뱃일을 하기 위해 가져갔던 점심 도시락이었던 김밥은 쉽게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온 것이 충무김밥이다. 김에다 밥만 말고 바다 위에서 고깃잡이 일로 흘린 염분을 보충할 수 있는 짭짤한 먹거리인 꼴뚜기 무침과 깍두기로 구성된 ‘충무김밥’은 그야말로 바다 사람들을 위한 먹거리이다.

◇전국 확산

1980년대 이전에만 하더라도 ‘충무김밥’이 전국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통영지역만의 독특한 먹거리였다. 미륵도 등 섬으로 오가는 승객들을 상대로 뱃머리에는 광주리에 음식을 담아 파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 많았는데 ‘충무김밥’도 팔던 음식중에 하나였다. ‘충무김밥’이 전국에 알려진 계기는 제5공화국 당시 개최되었던 문화행사인 ‘국풍 81’(1981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5일간 여의도 광장에서 개최된 문화행사)때. 통영이 ‘충무’라고 불리던 시기에 이 지역 명물이었던 ‘충무김밥’을 한 뚱보할매(이두익씨)가 ‘충무김밥’을 광주리에 담아 ‘국풍 81’ 참가하면서 전국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이두익 할머니가 파는 ‘충무김밥’이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유명 거리

지금은 전국에서 ‘충무김밥’을 접할 수 있다. 처음으로 탄생된 통영지역에서는 강구안 문화마당과 서호동 여객선터미널 주변의 ‘충무김밥거리’가 유명하다. 1955년부터 1960년대 부산과 거제, 충무(통영), 여수를 잇는 한려수도 뱃길의 중심이었던 (구)충무시 강구안에는 여객선 및 유람선 터미널이 있었다. 터미널 일대 배위에서 아주머니들이 승객들을 대상으로 김밥을 팔면서 이곳은 ‘충무김밥’으로 자연스럽게 유명해졌다. 이외에도 통영에는 유명한 ‘충무김밥’집들이 군집을 이루며 곳곳에서 손님들을 맞고 있다. 통영에만 ‘충무김밥 전문점’이 어림잡아 40여개소가 넘는다.

◇충무김밥의 매력

1994년 12월까지 존재했던 충무시(忠武市). 이제 ‘충무시’라는 도시의 이름은 역사 속에 완전히 사라지고 ‘통영시’라는 이름만이 남아 있다. 그래도 ‘충무’라는 이름이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충무김밥’이라는 음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도시 이름은 사라져도 ‘충무김밥’이 ‘통영김밥’으로는 불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념이 되지 않은 밥을 김에 말아 한 입 크기로 만든 김밥과 함께 매콤한 오징어 무침과 큼직한 석박지를 베어 물어 먹는 맛. 이 김밥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게 뭐가 맛있다고 충무김밥~충무김밥’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번 맛을 봤던 사람은 은근히 생각나게 하는 맛이 ‘충무김밥’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은근히 땡기는 매력이 있는 ‘충무김밥’은 통영을 여행하면 한번은 통영 음식 중에 꼭 먹어봐야 할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식당에 앉아서 먹는 맛도 새롭지만 몇개 포장해서 통영의 경치를 구경할 때 출출해지는 배를 채우는 도시락이나 간식용으로도 매우 좋다. 바다를 보면서 통영 음식을 먹는 맛은 또 하나의 색다른 맛이다. 최근에는 등산객들의 점심 도시락으로도 인기가 높다.

진주에서 통영에 여행을 왔다는 김미성씨는 “진주에서 몇번 사 먹어봤지만 통영의 ‘충무김밥’ 맛이 아니었다. ‘충무김밥’의 진정한 맛을 보려면 통영에서 먹어 보길 권한다”라고 말했다.

통영을 찾은 서울 관광객도 “사실 저는 김밥에 햄 들어가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텁텁한 느낌이 싫습니다. 하지만 충무김밥은 깔끔합니다. 저녁에도 충무김밥을 먹었습니다. 점심때 2인분, 새참으로 2인분, 저녁에 2인분 반나절 만에 거의 6인분을 먹었습니다. 하루 종일 ‘충무김밥’만 먹다가 시간 다 보냈습니다. 딸도 ‘충무김밥’이 그냥 김밥보다 훨씬 맛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충무김밥’만 찾는다”며 극찬했다. 외지인들이 인정할 정도로 독특한 고유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충무김밥’은 오늘도 통영 특유의 해산물들이 곁들여지면서 통영의 맛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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