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의 슬픈 현실
의자놀이의 슬픈 현실
  • 박성민
  • 승인 2013.0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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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기자
10개의 의자가 있다. 사람은 13명이다. 빠르고 부지런하고 민첩한 사람은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빨랐더라도, 부지런했더라도 나머지 3명은 의자에 앉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 의자에 앉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네가 부지런하지 못한 거야”, “열심히 준비를 못한 거지”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좀 더 노력하고 절박하게 움직이라며 젊은 세대를 극단의 절벽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청년 개개인들이 아파할 뿐 아니라 세대 전반이 신음한다.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 청년 세대들이 의자에 앉지 못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참으로 서글프고 딱한 현실이다.

지난 1일 새해 벽두부터 창원시에 사는 한 청년이 공무원 시험과 취업 실패가 계속되자 나뭇가지에 목을 매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 20일에도 창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휴학생이 취업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각 대학에서 운영하는 취업지원센터에는 취업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출판 시장에는 힐링 열풍이 강타하며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등 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서적들이 베스트셀러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중파 라디오에서도 말랑말랑한 연애상담이나 재미있는 사연보다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연들로 넘쳐 난다. 직장 구하기를 두고 ‘하늘의 별 따기’이라든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등의 볼멘소리가 쏟아진지 이미 오래됐다.

준비된 의자가 애초부터 10개였다면 앉지 못한 3명은 잘못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3개의 의자들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의 책임이다. 의자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값싼 힐링이나 거짓 힐링으로 마음을 다스리라고 강요하며 자기계발을 주입시킨다면 청년 세대들은 또다시 좌절의 늪에 허우적거릴지도 모른다.

의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헛된 수치로 ‘고용 대박’이라는 망언을 일삼지 말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아파하고 있는 이 시대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청년세대가 좌절하고 희망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국가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앉지 못한 3명의 사람에게 마음을 다스리라는 힐링보다 근본적인 3개의 의자를 더 만드는 노력이야말로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의자놀이를 끝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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