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성이 주는 행복
순진성이 주는 행복
  • 경남일보
  • 승인 2013.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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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원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 교수)
순진성이란 순박하고 진실한 성질을 말하며, 너무 순진하면 사람들은 바보스럽다 한다. 바보스럽다는 것은 그 속에 욕심이 없다는 뜻이다. 욕심이 생겨 죄를 분만하고, 그 죄가 자라서 불행에 이르게 되는데 순진성은 그와는 정반대다. 아이들의 순진성은 티 없이 맑고 깨끗한 그들의 내면세계에서 나온다. 어른들은 욕심 때문에 생긴 문제를 풀기 위해 꼼수를 동원하고 결국은 순수에 돌을 던져 파고를 일으킨다. 반면 ‘모래성을 다 쌓고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의 세계는 순진성이 요동치며 허위, 가식, 꼼수가 전혀 접근할 수 없는 행복의 산실이다.

유년시절, 여름날 동네 아이들은 대산 남강변 제방(둑)으로 소 먹이러 간다. 한 마리씩 모여들면 풀밭 위치를 정하고 소끼리 풀을 뜯도록 내버려 두고는 강가 언덕을 내리 달려 모래사장에 이른다. 그곳은 강물이 굽이 쳐 흐르는 사구로 모래사장이 운동장처럼 꽤나 넓어서 소 먹이는 아이들의 전용 놀이터가 된지 오래다.

먼저 윗옷을 벗어 던지고 체구에 맞는 짝을 골라 한바탕 씨름을 하고는 맨발로 백사장을 따라 부드러운 모래알 촉감을 느끼며 자유분방하게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땀이 나도록 달음질한다.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와 숨 고르기를 한 후 물속으로 뛰어든다. 한참 동안 물장구를 치며 멱을 감다가 몸이 오들오들 추워지면 얼른 물 밖으로 나와 햇살에 달궈진 모래 위에 배를 깔고 엎드린다. 몇 차례 실컷 반복하다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모래성 쌓기에 돌입한다. 누가 더 높이 예쁘게 쌓는지 내심 경쟁하며 조심스레 성을 쌓아 올린다. 모래알은 아이의 심성처럼 온유해서 촉감이 너무 부드럽다. 아이들은 어느덧 모래성을 완성하고 깔깔대며 웃는다. 그 소리는 청아하고 화사해서 순진무구 그 자체다. 잇몸을 드러내 놓고 목청껏 웃는 그들에게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끄떡없다.

이제는 돌아갈 시간, 미련 없이 성을 부숴 버리고 소 떼를 향해간다. 그렇게 왁자지껄 소동을 벌이며 쌓던 모래성 터는 적막감이 감돌지만 순진성의 여운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처럼 마음이 때 묻지 않으면 행복은 가까이 있다. 이것은 순진성이 주는 선물이며 그것의 주인은 어른이 아니라 아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호주머니에 계산기를 넣어 다니는 어른들에 의해 조작되고 의도적으로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방과 후 학원을 전전긍긍하거나 아니면 방치되어 게임에 놀아나고 있다. 이들은 순전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경쟁논리에 휘말리고 있다.

‘모래성을 다 쌓고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의 행복을 보려거든 어른들은 순진성을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 그리하면 아이들은 어른들의 마음의 고향이므로 어른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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