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2013]귀농에서 희망을 찾다
[희망2013]귀농에서 희망을 찾다
  • 강진성
  • 승인 2013.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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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자연으로"…'돌아감'에 주목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귀농·귀촌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로 농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IMF금융위기 시절 많은 은퇴자들이 창업을 했다 문닫는 사례를 목격했기에 자영업을 꺼려하는 것도 한 몫했다. 또 고향에 대한 향수가 이들을 농촌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1960~70년대 산업화시절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향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늘 있어왔다. 고향회귀 본능은 웰빙에 대한 관심, 생활의 여유로움이 더해지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귀농인체험7
귀농 희망자들이 하동에서 녹차농가를 방문해 체험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귀농을 쉽게 생각했다간 후회할 수 있다”며 “철저한 사전준비와 체험을 통해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제공/농업기술원


■한해 귀농 1만가구 시대

귀농귀촌은 지난 2007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늘어났다. 2006년까지 전국적으로 1000여가구 수준에 머물던 귀농가구는 2007년 2384가구, 2008년 2218가구까지 늘었다. 이와함께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은퇴(만55세)하기 시작한 2009년은 4080가구, 2010년 4067가구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2011년은 1만 503가구로 사상 첫 1만 가구를 돌파했다. 10년 전인 2001년 880가구와 비교하면 12배나 증가했다. 2012년 역시 1만가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2년 상반기 조사결과 8706가구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귀농귀촌 가구는 3만여 가구에 이르며 사회적 붐이 되고 있다. 여전히 50대 중반 이후의 베이비부머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30~40대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조사한 2012년 귀농귀촌가구 상반기 현황을 보면 50대가 32.0%로 가장 많았다. 40대가 24.4%, 60대 18.6%에 이어 30대는 13.6%로 조사됐다. 30~40대의 농촌유입은 고령화로 위기를 겪던 농촌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길석 경남농업기술원 연구사는 “젊은 농업인의 유입으로 농촌에 활기가 돌고 있다”며 “이들은 친환경, 마케팅 등에 관심이 많다. 도시민 시각에서 농촌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농촌을 찾은 사람들은 농삿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안일함과 나만 편하면 된다는 개인주의 사고로 농촌생활에 실패하기도 한다. 손상락 경남발전연구원 박사가 2012년 양산시를 제외한 도내 17개 시군 귀농·귀촌 630가구(최근 3년 이내 이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5.8%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계속 농촌에 있겠다는 의견이 77.3%로 높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17.1%, ‘다른 마을로 이주하고 싶다’ 2.5%, ‘도시로 돌아가겠다’ 3%로 나타났다. 손 박사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귀농인은 낮은 소득문제와 함께 사업자금 조달, 영농기술 습득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선배 귀농인들은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없으면 정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귀농 10년차인 산청 단성면의 성두환씨는 벼, 양파, 야콘 등 경농과 함께 유정란 생산을 하고 있다. ‘작은농부’농장을 운영하는 그는 농사를 시작한지 5년 정도가 지나서야 감이 생길 정도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성 씨는 농사는 유망한 일이지만 무턱대고 하면 실패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 준비없이 오면 대부분 실패한다. 시골 어르신들의 농사법을 무시해서도 안된다. 그분들은 몇십년 간의 노하우가 있다. 귀농을 하려면 먼저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촌에 들어와서 도시에 있을 때 처럼 행동해선 안된다. 자기 주장이 강한 젊은 사람들은 ‘내일에 왜 마을사람들이 참견하냐’며 다투기도 한다”며 “농촌마을은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마을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 문화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농사는 절대 쉽지 않다. 농사에 대한 지식을 쌓고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귀농 10년차인 진주 사봉면의 조영호(42)씨도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다양한 보리상품을 만들어 지금은 ‘보리몰’이라는 보리전문쇼핑몰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한때 그는 귀농을 후회하기도 했다. 조 씨는 “단순한 환상에 농촌으로 와서는 안된다. 무엇을 할지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우물을 10년 정도 파다보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식품가공은 도시민들이 좋아할 상품을 개발하고 꾸준한 마케팅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한때 대기업 직원이었던 그는 “회사원 마인드로 농업을 접근해서는 안된다. 자기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지원정책 뒷따라야

귀농귀촌인이 증가하면서 농림부는 관련 예산을 올해 28% 늘렸다. 도시민 유치사업에 41억원, 맞춤형 귀농귀촌 교육 21억원, 농업창업 아카데미 45억원과 함께 창업 및 주택구입자금 700억원 등 총 81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의 지원규모가 늘어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귀농귀촌인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상락 경남발전연구원 박사가 발표한 경남지역 귀농귀촌 실태와 정책적 대응방안에 따르면 “귀농활성화와 정착을 위해서는 정주환경 정비와 확충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농어업 전제의 농림부 지원정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복지부, 문화부, 국토부, 행안부 등 범정부적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발굴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귀농뿐만 아니라 귀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농촌지역이 도시 못지않은 장점을 갖추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농촌형 사회적 기업과 일자리창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 법규의 개정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창현 국토연구원 박사는 “농촌 지원정책을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해 귀농귀촌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농어업에 한정됐던 지원을 농촌에서의 창업으로 확대한다면 다양한 재능을 보유한 비농업인들이 농촌에서 경제활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앙기교육
경남농업기술원 미래농업관에서 귀농인을 대상으로 농기계교육을 하고있다. 귀농인들은 지자체와 농업관련 기관을 통해 사전교육, 전문교육을 이용해 농업지식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제공/농업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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