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생일선물
소중한 생일선물
  • 경남일보
  • 승인 2013.01.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두수 (창녕군의회 주무관)
며칠 전 작년 가을에 동생에게 선물 받은 지갑과 신용카드, 주민등록증, 명함 그리고 약간의 현금이 들어 있는, 정말 소중한 제 지갑을 분실했습니다. 저의 55번째 생일을 맞아 친구의 저녁식사 초대로 토요일 저녁 창녕읍 종로의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와 함께 소주도 한 잔하고 기분 좋게 일찍 집으로 돌아와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불행히 그날 저녁 집으로 오는 중에 장갑과 마스크를 꺼낸다는 것이 상의에 있었던 지갑까지 저도 모르게 같이 빠져 버린 모양이었습니다. 이런 상황도 모르고 그 다음날 아침에 확인하니 마음은 급한데 지갑은 없고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동생에게 선물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나에게는 나름의 의미가 있는 고급지갑이고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는데….

아침 출근시간도 바쁜데 찾고 또 찾고 온 집에 법석을 떨다가 출근을 하고 나서 어제 간 식당에도 전화를 하고 확인을 해보았지만 찾을 길이 없어 일단 신용카드사에 분실로 인한 사용정지 신청부터 하였습니다. 불편한 마음으로 퇴근 후에도 어제 갔던 식당과 지나왔던 길과 집을 다시 수색하였으나 지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날따라 아내의 질타성 잔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아내는 포기하라고, 비싼 지갑인 거 한눈에 알 텐데 누가 돌려주겠냐고….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에게 누군가 제 지갑을 찾아줄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었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린지 4일째 되던 날 새벽에 아내와 함께 아침운동 겸 약수터를 다녀오고 목욕탕을 가기 위해 차를 타려고 하는 순간 차 옆에 잃어버린 지갑이 보였습니다. 지갑을 집 앞에 주차 중인 제 차 옆에 두고 가셨더라구요.

깜짝 놀라 다시 보니 지갑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고 현금은 없었지만 신용카드와 중요품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서도 기분이 좋았지만, 좋은 일을 하고도 말없이 그냥 두고 가신 분의 마음씨가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연락처라도 주셨으면 전화를 드려서 사례라도 좀 하고 싶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참 세상은 아직 훈훈하고 살아볼 만하다며 기뻤습니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각박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얼굴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선행에 큰 감동을 받은 아침이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지갑이 저에게는 55번째를 맞은 소중한 생일선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정두수·창녕군의회 주무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