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은 교육감의 직접 고용으로 풀어야 한다
학교 비정규직은 교육감의 직접 고용으로 풀어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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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객원논설위원·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은 학교 비정규직의 사용자는 교육감이라고 판결했다.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린 결정에 대해 법원이 재차 확인해 준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청은 학교 회계직이라는 이름의 비정규직은 고용 주체가 학교장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10년이 넘게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요구하는 교섭에 교육청은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노동위원회에 이어 법원이 교육감이 사용자라고 판결했고, 이는 대법원에서도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학교 비정규직은 전국적으로 세 개의 단체가 구성되어 있고, 우리 경남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총 산하 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와 전국학교회계직노조(전회련)가 있으며 별도로 여성노조에 가입한 학교 비정규직이 있다. 우리 도는 약 1만 2000명의 학교 비정규직이 있다. 그 중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30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경력을 인정해서 호봉제도를 도입해 줄 것과 본인들의 근로계약을 교육감이 하게 하는, 이른바 교육감 직접 고용이다. 지금까지 학교 비정규직은 학교 회계직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단위로 고용이 이뤄져 왔고 경력에 따른 승급 없이 일을 해 왔다. 최근에 무기계약제도가 도입되어 일정한 부분 노동환경의 개선이 있긴 했지만 학교 비정규직은 10년된 사람이나 올해 처음 고용된 사람이나 월급이 같다.

고용의 주체가 학교장이냐 교육감이냐 하는 문제는 교섭 당사자의 문제를 안고 있어서 지금까지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온 일이다. 노조는 교섭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아서 항상 허공을 보고 요구를 해왔고 메아리 없는 주장만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나온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교섭 당사자를 교육감으로 특정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 생각된다.

필자는 이번 판결을 바라보며 이제는 교육감이 나서서 전향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한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그렇게 결정했고 법원도 그렇게 확인한 마당에 더 이상 이 문제를 끌고 가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교육감이 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교육감이 노조와의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 행정력의 낭비를 막고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지난번에 했던 파업은 정부도 인정하는 합법적인 파업이었다. 파업이 이어진다면 이 또한 교섭에 응하지 않는 교육감의 책임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교육감은 교섭에 응해서 더 이상의 교육력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필자는 모든 것을 떠나 단순히 행정효율을 위해서라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의 고용절차는 모든 학교가 똑같다. 이런 반복적 행위는 교육청에서 하면 한번에 할 수 있다. 학교의 요구를 받아 매년 일정수를 선발하고 이를 필요한 학교에 배치하면 된다. 도시와 농산어촌 지역의 차이를 감안하고 지역적인 문제를 고려한다면 교육감은 이 행정행위를 지역교육장에게 위임할 수도 있다.

비정규직의 교육감 직접 고용의 이점은 교육의 질 향상에도 있다. 지금의 고용체제로는 순환근무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한 학교에 고용된 영양사와 조리사는 10년이 돼도 그 학교에만 근무한다. 생활이야 이것이 편할 수 있지만 급식의 질을 생각하면 꼭 순환근무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사자들은 말한다. 학교를 옮겨가며 새로운 경험의 기회도 얻고 학생들도 영양사나 조리사가 바뀌면서 다른 모습의 발전된 급식도 먹을 수 있게 된다.

교섭을 통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고,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그런 아름다운 노사관계를 교육계에서 먼저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지금 공은 교육감에게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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