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우습게 보지마라, 풀코스에 놀란다
멸치 우습게 보지마라, 풀코스에 놀란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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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13>통영 이야기
멸치정식
멸치정식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에게는 잘 알려진 미항이다. 이런 아름다운 도시에 계절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다양하게 있어 그 맛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풍부하고 다양한 해산물의 집산지이니 이들을 모두 맛보려면 며칠이 걸릴지 모르지만 통영의 맛 중 빠질 수 없는 계절별 대표음식을 살펴보고 맛이 있는 여행을 얘기해 보련다. 봄의 도다리쑥국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담백하므로 다이어트에 좋으면서 기력을 회복시켜주고, 여름의 하모는 일본 말로 갯장어·바닷장어를 일컫는데 붕장어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고소하면서도 단맛이 느껴지며 무엇보다 꾸들꾸들 씹히는 맛이 좋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기름기가 많고 달콤하다’고 쓰여 있는 가을 전어는 뛰어난 맛에 돈은 생각하지도 않고 먹는다고 하여 ‘전어(錢魚)’라고 불려졌다고 한다. 흔히 우리가 자주 들었던 말인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라는 말만으로도 그 맛이 짐작이 된다. 겨울에는 물메기탕을 들 수가 있는데 그 생김새가 못생겨서 한번 놀라고, 국물맛이 비린내 없이 시원해서 또 한 번 놀란다는 물메기탕이다. 삶에 찌들어 잠시라도 잃었던 입맛을 통영의 계절음식으로 달래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집을 나서려는데 모처럼 날씨가 따뜻하다. 그동안 추운 날씨로 하지 못했던 일을 처리하는 부산한 모습들을 보니 공연히 마음이 바빠지지만 오늘 여행을 어떻게 꾸며갈 것인지 생각하며 통영으로 향하는 33번 국도를 달려 먼저 충렬사로 향한다. 충렬사는 임진란이 끝난 8년 후인 선조 39년(1606) 제7대 통제사 이운룡이 왕명을 받들어 충무공의 위훈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하여 세운 사당이다. 지금까지 정침과 외삼문에 걸려있는 ‘충렬사’ 현판은 현종 임금의 사액현판으로 문정공 송준길의 글씨이다. 그 후 동재와 서재를 짓고, 충렬묘비를 세웠으며 정조 19년(1795)에는 ‘충무공전서’를 발간하고, 어제제문을 하사하였으며, 헌종 6년(1840)에는 이충무공의 8대손 이승권이 강한루영모문을 세웠다.

고종 5년(1868) 대원군이 전국에 서원철폐령을 내렸을 때에도 충렬사 서원만은 보존하였고, 1915년경 비바람에 쓰러진 강한루영모문은 1987년에 복원하여 현재 충렬사에는 정침을 비롯하여 내삼문, 동재, 서재, 중문, 숭무당, 경충재, 외삼문, 비각 6동, 강한루, 고직사, 전시관, 관리사무실, 서고, 화장실, 정문, 홍살문 등 건물 17동과 5개의 문으로 되어 있다. 경역 면적은 8296㎡에 보물 제440호인 충렬사팔사품을 비롯하여 지방유형문화재인 충렬묘비와 지방기념물인 동백나무와 많은 동산문화재가 있다. 그리고 호국의 영령이신 이충무공을 위시한 휘하장병의 위령을 위하여 매년 음력 2월과 8월 중정일(中丁日)에 춘추향사와 공의 탄신일인 4월 28일에는 탄신기념제를 전통제례의식으로 봉행하고 있다.
 
통영 꿀빵
통영 꿀빵


잠시 참배를 한 후 내친김에 세병관으로 향한다. 세병관은 제6대 통제사 이경준이 선조 37년(1604년)에 건립한 통제영의 객사이다. 그 후 인조 24년(1646)에 제35대 통제사 김응해가 규모를 크게 다시 지으면서 입구에 지과문을 세웠고 고종9년(1872)에는 제193대 통제사 채동건이 중수하였다. 세병관은 정면 9칸, 측면 5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된 9량 구조의 이익 공식 건물로 건물의 4면은 창호나 벽체가 없이 개방되어 있으나 중앙 뒷면 3칸은 한단 높여 임금을 상징하는 전폐를 모시는 궐패단을 만들었는데, 그 위의 천정은 우물반자로 하고 단3면(동 서 북)에는 정자살 분합문을 들어 올리도록 하였고 문 위 동 서쪽은 홍살로, 북쪽 제5열주는 판재로 막고 거기에 벽화를 그렸다. 세병관은 경북궁의 경회루, 여수의 진남관과 더불어 17세기 초에 건축된 목조건물로 현존하는 조선시대 목조 건축물 가운데 가장 큰 건물에 속하니 그 또한 의미가 있다.

이제 박경리 기념관으로 향한다. 기념관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으니 먼저 점심식사를 하고 이동해야할 것 같다. 서호시장 옆을 지나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차창 밖 바다를 바라보며 통영대교를 향하여 달리는데 횟집들이 늘어서 있다. 그 중에서도 한산도회식당에 들어가니 주방과 현관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정겹고 넉넉하여 좋다. 자연산 회를 비롯하여 다양한 차림표가 눈에 들어오지만 점심이니 간단히 매운탕을 먹으려고 오늘 최고의 매운탕이 뭐냐고 물으니 주저 없이 쥐치란다. 우리도 주저하지 않고 쥐치매운탕을 주문해놓고 상차림을 기다리니 역시 바닷가라 다양한 해산물이 밑반찬으로 등장한다. 미역나물 청각무침 굴 볼락구이 등 다양하게 차려지는 것들이 눈에 보이면서 입맛을 돋구니 어쩔 수 없이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인다. 드디어 주 메뉴인 쥐치매운탕이 차려지고 펄펄 끓는 국물을 한술 떠 맛을 보니 얼큰하면서 시원하다. 매운탕의 고기 살도 조금 넣어 씹어보니 이빨에 똑 튀는 듯 하는 느낌에 진한 맛이 난다. 추운 날에는 이런 매운탕 한 그릇이면 온몸을 따뜻하게 데워 포근해지니 너무 행복하여 그때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매운탕 밑반찬
매운탕밑반찬


아름다운 통영운하를 바라보며 차를 달려 통영대교를 건너 산양읍의 박경리 기념관으로 갔다. 박경리는 1926년 통영에서 출생하였으며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했다. 1994년 8월 대표작 대하소설 ‘토지(5부 16권)’를 완결하였고 작품집 ‘김약국의 딸들’ ‘불신시대’ ‘시장과 전장’ ‘표류도’ ‘파시’ 등이 있으며 2008년 5월 5일 지병으로 타계하여 이곳 양지농원에 영면하고 있다. 기념관 정원에서 선생의 묘소로 올라가는 오솔길 어귀에 님의 대표작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 일부를 새긴 문장비 두 기가 나란히 서있는데 이를 바라보니 님의 얘기가 귀전을 울리는 것 같다. 기념관에 들러 님의 일대기와 그의 문학을 살펴 본 후 박경리 공원으로 올라가면 왜 선생께서 이곳에 영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기념관에서 미륵산 정상도 잘 보인다. 한걸음에 정상으로 오르고 싶지만 통영에서 유명한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으로 올라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통영을 조망했다. 해발 461m 미륵산 8부 능선에 위치한 한려수도 조망케이블카는 1975m로서 관광용으로는 국내 최장의 길이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최초 바이 곤돌라 자동순환식 8인승 48기를 설치하여 2008년 4월 개통되어 현재에 이르니 통영 관광은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적인 데크를 이용해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으며 보석 같은 섬들도 수놓아진 형언할 수 없는 쪽빛 바다의 장관도 느껴볼 수 있다. 도남동 하부정류장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왼쪽부터 거제대교를 시작으로 통영항이 눈앞에 나타나며, 미륵산 정상에 오르게 되면 한산도를 거쳐 통영앞바다의 대부분의 섬을 파노라마로 둘러 볼 수 있어 좋다.
 
동피랑벽화3
동피랑벽화3


다시 통영대교를 건너 이제 동피랑으로 향한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랑 즉 비탈의 지역 사투리다. 통영시 정량동 태평동 일대의 산비탈 마을로 서민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자 저소득층 주민들이 지금도 생활하고 있으며 언덕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아주 특별하여 해안도시 특유의 아름다운 정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철거하여 재개발의 의견이 많아 시민단체위원들이 현지답사를 통하여 이 지역을 철거하기 보다는 지역의 역사와 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독특한 골목 문화로 재조명해보자는데 의견을 모아 동피랑 사업을 추진하여 조성했다. 문화와 삶이 어우러지는 마을 만들기를 통해 예향 통영을 체감할 수 있는 장소로 가꾸어 공공미술을 통한 통영의 명물로 만들고자 그림이 있는 골목,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골목으로 커뮤니티 디자인(Community Design) 개념을 추가하여 벽화 뿐 아니라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느끼는 볼거리와 휴식을 추구하는 슬로우 시티(Slow City), 슬로우 라이프(Slow Life)를 지향하는 통영의 또 하나의 명물로 재구성된 곳이다.

다양한 벽화를 보며 동피랑을 가로질러 멸치마을로 가서 자리를 한다. 각종 밑반찬으로 사계절 내내 먹는 멸치가 봄철의 별미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고, 3월에서 6월까지는 멸치가 집중적인 사랑을 받는 멸치 철이지만 싱싱한 멸치요리를 맛보기 위해서는 멸치로 유명한 통영에서도 전문점이 아니면 맛보기가 어려우니 멸치 전문점으로 통하는 여기를 찾았다. 칼슘의 제왕인 멸치를 코스로 먹을 수 있는 맛집으로 멸치요리를 풀코스로 제공하는데 일부 밑반찬을 제외하고는 모두 멸치로 음식을 만든다. 멸치회무침, 멸치전, 멸치튀김, 멸치된장찌개, 멸치시래기국, 멸치밥까지 멸치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음식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어 좋고, 봄철이 아닌 겨울에도 이렇게 멸치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오늘 통영에서 맛볼 수 있는 계절음식은 먹어보지 못했지만 중앙시장 앞 강구항에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지난날의 즐거웠던 추억을 더듬으며 행복한 통영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충무중 교사

미륵산과 통영항
통영항과 통영대교
 
통영맛길
통영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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