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힐링, 진정한 답일 수 있을까
지금의 힐링, 진정한 답일 수 있을까
  • 정원경
  • 승인 2013.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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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기자
‘치유’라는 뜻을 가진 힐링. 지금 대한민국은 힐링 열풍이다. 힐링 열풍은 이제 식품, 여행, 아파트, 책 등 사회 전반이 힐링으로 통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단어가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에서 ‘힐링’이란 검색어를 입력하면 국내 서적만 100여 권이 검색된다. 서점 진열대의 에세이 코너를 살펴봐도 온통 힐링 관련 책들이다. 방송계도 힐링 열풍이다. 힐링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SBS ‘힐링캠프’. 힐링캠프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게스트와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때로는 산으로, 때로는 바다로 마치 캠핑을 떠난 듯한 기분에 게스트들은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고 이는 곧 시청자와의 ‘소통’으로 이어졌다.

이어 젊은 세대를 겨냥해 명사들이 주축이 돼 아픔을 위로하고 마음을 보듬어 주는 강연과 토크쇼도 늘었다. 몇몇 여행사에서는 힐링을 주제로 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면서 관광가이드가 아닌 심리치료사가 동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힐링은 음악이나 콘서트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스포츠는 물론 패션과 음식, 주택시장에서도 인기다.

이처럼 사람들이 내면의 치유를 목적으로 한 여행상품이나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몰리자 산림청은 2017년까지 전국 34곳에 ‘치유의 숲’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힐링 열풍이 의미하는 바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 시대가 아프다는 증거니까 말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신문기사를 보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범죄와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 가족 간의 갈등, 직장과 학교에서의 왕따문제, 교권의 추락, 학생들의 자살 등 대한민국은 정말 힐링이 필요하다.

힐링은 분명 상처를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상처를 싸매기만 할 것이 아니라 왜 상처가 생겼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안 생길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중요한 문제를 외면한 채 혼자 책을 붙잡고 여행을 떠나고 음악을 듣거나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힐링이니 자기치유니 하는 것은 일종의 현실도피이자 현실 왜곡일 수 있다.

상처받은 마음을 시급하게 싸매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다시 상처 입지 않기 위해서 외면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입었다면 혼자 책만 읽어서는 안 된다. 책으로 힘을 얻어 다시 그 사람과의 관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 관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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